시판돈
방이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회전이 아닌 고정으로 해놓고 머리를 선풍기 쪽으로 하고 잤더니 조금 추워서 깼다. 여전히 방안은 덥지만 선풍기 바람을 얼굴로 바로 쐬니 추워서 다시 머리를 반대로 놓고 좀 더 자다 5시 반쯤 또 잠이 깨서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 해가 고개를 거의 다 내밀었다. 강가에 앉아 책 읽으며 멍하게 있으니 매트가 나온다.
어제 숙소에서 시판돈으로 가는 버스를 예약해뒀다. 아침 8시 픽업이란다. 그리고시판돈에 도착하면 10시 반이란다. 그럼 한 12시는 되야 도착하려나. 어제 밥먹으러 가면서 다른 여행사들을 둘러 봤는데 하나같이 아침 8시 출발이라고 되어 있다. 숙소 픽업이 8시면 또 버스가 다 찰 때까지 다른 숙소도 돌아다니다 9시쯤 되면 출발하겠지.
픽업이 오기전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숙소 앞 베이커리에 가서 아이스커피랑 크루아상 몇 개를 사러 갔다. 베이커리엔 어제 숙소에서 맥주 마시다 잠깐 얘기하게 된 스페인 여자애 라우라가 있었다. ‘굿모닝’ 하고 인사하고 커피가 나오는 동안 또 잠깐 얘기하니 라우라도 오늘 시판돈으로 간단다. 어제부터 계속 혼자 있길래 우리랑 같이 가자고 했다.
커피랑 간단한 아침을 먹고 짐을 싸고 내려가 정확히 8시에 픽업벤에 올라탔다. 역시나 다른 숙소도 열심히 돌며 9시쯤 되니 시판돈으로 출발한다. 경치 구경하며 멍하게 있다 잠깐 졸았더니 어느새 12시가 되어 도착했다고 내리란다.
버스정류장 같은 곳에 일단 내려준다. 그리고 운전기사는 우리에게 여기서 기다리라는건지 어떻게 하라는 말도 없이 친구로 보이는 다른 라오스 사람이랑 얘기하고 있길래 물어봤다.
“보트 타려면 여기서 티켓 보여주면 되요? 아니면 저기 앞에 길로 또 걸어가야되요?”
그랬더니 정류장 앞으로 나있는 길 따라 주욱 걸어가란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따라 걸어갔다. 드디어 강이 보인다. 보트도 몇대가 정박되어 있다. 여기서 어떤 보트를 타야 하는 건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앞에 있는 라오스 아저씨가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티켓티켓’ 하고 외친다. 티켓있다고 보여줘도 거기로 가란다.
아저씨가 말한곳으로 걸어가니 티켓 오피스가 나온다. 거기가서 여행사에서 받은 티켓을 보여주니 보트티켓으로 바꿔준다. 드디어 간다. 다같이 보트에 올라타 강을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큰 강에 섬처럼 나무들과 풀이 물 위에 떠있다. 이걸 다 합치면 4000개가 되서 시판돈이라고 하나보다.
두 개의 큰 메인 섬이 있다. 돈뎃과 돈콩. 우리는 돈콩보다는 덜 시끄럽다는 돈뎃으로 왔다. 선착장에 내려 길을 따라 숙소와 식당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태국의 피피섬과 비슷한 느낌이다. 선착장 바로 앞 번화한 곳을 지나 안쪽으로 깊숙이 걸어 가기 시작했다. 걸어서 10분쯤. 인터넷에서 봤던 crazy gecko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일단 방을 먼저 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우리에게 딱이다. 우리는 네명. 네 명에게 딱인 침대 네개의 패밀리룸이 있다. 방 바로 앞에는 큼직한 테라스가 있고 그 앞으로는 강이 바로 보인다. 다른 곳 볼 것도 없이 여기로 정했다.
짐을 내려놓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밥을 먹고 좀 쉬며 자전거를 빌려 섬을 좀 돌아보기로 했다. 섬을 따라 둥글게 돌다 eazygo 게스트하우스 앞에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자전거에서 내려 강쪽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이미 다른 여행자들 몇 명이 수영하고 있다.
우리도 물에 들어갔다. 나는 머리 때문에 수영은 못하고 강에 앉아있었다. 신선놀음이다. 강에 들어가 맥주 마시고 얘기하고 놀고. 그렇게 한 4시간쯤 있으니 이제 슬슬 석양이 진다. 메콩강 안에 들어가 본 석양은 지금까지 본 석양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다. 강 위에 끝없이 떠 있는 섬들 위로 내려 앉은 태양은 정말 장관이다.
거기서 만난 다른 여행자들과 내일 카약킹을 같이 하기로 하고 같이 예약하고 완전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들 아침부터 긴 이동에 자전거도 타고 물놀이까지 했더니 피곤했나보다. 모두 일찍 골아 떨어졌다.
내일은 카약킹. 8시 반 타운에 있는 mr. mo 레스토랑 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