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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May 26. 2021

다시 캄보디아

크라쩨

오늘은 크라쩨로 가는날. 7시반 픽업이라 6시반쯤 픽업장소인 리버사이드로 갔다. 어제 배가 고팠지만 날도 어둡고 역시 라오스보다는 밤에 위험할 것 같아 그냥 숙소에서 쉬다 잠들었더니 아침부터 배가 너무 고프다. 아침으로 매트는 바게트에 오물렛을 나는 바게트에 계란후라이를 시켰다. 나는 이렇게 큰 바게트 빵을 주는데는 처음 봤다. 캄보디아 스타일인가. 그리고 분명히 계란후라이를 시켰지만 매트와 똑같이 나도 오물렛이 나온다. 그러려니 하고 그냥 먹기로 했다.



예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아침마다 빵이랑 계란 오믈렛 같은 걸 시키면 나는 계란과 빵을 한입 크기로 잘라 밥에 김치 얹어먹듯 먹지만 매트는 항상 빵을 반으로 잘라 그 안에 모든 것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마치 내가 설렁탕이나 국밥을 시키면 항상 국에다 밥을 말아 먹는 것처럼. 이게 영국 스타일인가보다.


역시나 7시반이 되었지만 미니벤은 오지 않는다. 8시 반에 픽업이라던 시엠립행 미니벤이 먼저 온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 크라쩨행 미니벤이 왔다고 따라 오란다. 드디어 간다. 예상은 했었다. 아직 크메르 뉴이어 (송크란, 피마이와 같은 캄보디아의 물축제)라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 미니벤이 만석일꺼라고 어제 티켓 살 때 들었었다. 


9시쯤 출발해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사람들을 더 태운다. 이제 탈 자리도 없는데 계속계속 사람들이 어떻게든 들어간다. 16인승에서 최대 18인승 되는 미니벤인데 26명이 타고 있다. 사람들이 꽉 차니 이제는 뒤에 트렁크를 열고 거기에도 사람이 탄다. 운전기사 자리에도 양 옆으로도 사람이 탄다. 스퉁트렝에서 크라쩨까지는 두시간 걸린다고 얼마 안 걸린다고 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어딘가 자꾸 들렀다 사람태우고 또 빙글빙글 돌다 또 멈췄다 한다. 예정대로라면 9시반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크라쩨에 도착해서도 이집저집 다 내려주고 1시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건 괜찮은데 너무 꽉 끼어서 오랫동안 이동했더니 몸도 마음도 지친다. 미니벤에서 내려 길거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시원한 콜라를 하나 사서 참아왔던 담배를 연거푸 피면서 좀 쉬다 매트가 인터넷에서 봐둔 balcony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4인실 도미토리룸에 한 사람당 3불이란다. 거기다 방에서 나오면 강이 바로 보이는 리버뷰에 직원들도 친절하다. 여기다. 짐을 내려놓고 일단은 시원한 맥주 한잔씩을 했다. 날씨도 너무 덥고 다시 밖에 나가 돌아 다니기 싫었다. 



원래 오늘 아침에 크라쩨에 와서 좀 둘러 보고 내일 바로 시엠립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그냥 내일 좀 둘러보고 모레 시엠립으로 가기로 했다. 강가에 앉아 있으니 이제야 캄보디아의 매력이 조금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스퉁트렝은 뭔가 어둡고 스산한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여유롭고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배가 고파 아까 미니벤에서 내려 숙소로 걸어오면서 봤던 사람이 바글바글 많았던 로컬 식당으로 가봤다. 여기는 외국인이 거의 안오는 곳인가보다. 영어메뉴가 있긴한데 사진도 없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없는 것 같다. 치킨 요리를 시킨 나는 꽤 맛있게 잘 먹었는데 매트와 지원이의 입맛에는 별로였나보다. 



다시 숙소로 와 낮잠을 잤다. 정말 푸욱 자고 일어나니 이제 해가 지려고 한다. 강 위로 떨어지는 해는 정말 장관이다. 이제 날씨가 좀 어두워지고 시원해져서 저녁도 먹을 겸 다시 밖으로 나와봤다.



이번엔 매트가 인터넷에서 알아본 여행자들이 모이는 식당으로 갔다. 역시나 로컬은 아무도 없고 여행자들이 많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 보여 맥주 한잔에 음식도 시켰다. 그러자 앞 테이블에서 여자애가 오더니 우리에게 전단지를 주며


“혹시 크라쩨 다음에 어디가? 캄퐁참 갈꺼야?”


우리는 바로 시엠립으로 갈꺼라니 캄퐁참에 가면 진짜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있어서 소개시켜줄려고 그런단다. “Bamboo hut”이라고. 나는 놀라서


“어디라고? 지금 가지고 있는 전단지 보여줄 수 있어?”


여기다. 내가 3년전 캄보디아 여행 했을 때 만난 프랑스남자애랑 콜롬비아여자애 커플이 섬에 만든 게스트하우스다. 나는 거기의 첫 손님이었다. 처음에는 와이파이도 없고 오두막에 모기장만 치고 잤었다. 


“여기 알아. 여기 내 친구들이 만든데야. 그리고 내가 여기 첫 손님이고”


그랬더니 이 친구는 너무 좋아한다. 세상은 참 좁다. 그리고 전단지를 몇 개 받아서 나도 다른 여행자들에게 좀 나눠주기로 했다.


이렇게 크라쩨에서의 첫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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