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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08. 2019

호주 클럽에서 쫓겨나다

골드코스트

돈도 없고 친구도 없고 일도 없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일자리만 찾기도 우울했다. 


“주환아 학교에 파티 같은 거 없냐? 나 옛날에 어학원 다닐땐 그런거 많았었는데..”


주말에 어학원 친구들이랑 파티한단다. 나도 데려가 주면 안되냐고 물어봤다. 친구가 필요했다. 내 영어로는 이제 어학원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즐거웠는데. 다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해도 각자 어떻게든 말이 통하고 같은 수준의 영어레벨이라 더 친해졌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것도 못한다는 게 새삼 아쉽고 나이가 든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영어말고 다른 언어 배우러 중국이나 스페인으로 가봐야 하나.


집 근처의 공원에서 바비큐를 하면서 파티를 했다. 고맙게 주환이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인사 시켜줬다. 대부분이 일본친구들이었다.



“아 넬리상! 존 (주환이 영어 이름) 룸메시죠? 많이 들었어요! 영어 강사하시다 오셨다면서요. 이렇게 일본어로 대화해도 진짜 한국 사람인 줄 모르겠네요. 대단하시네요”


나도 모르게 으쓱한다. 일도 없고 우울하던 이 시기에 이런 칭찬 같은게 듣고 싶었나보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친듯이 마시고 놀았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클럽으로 자리를 옮기잔다. 이미 취할대로 취하고 친구가 생긴게 기분이 너무 좋은 나는 마다할 리가 없었다.


“콜! 얼른 가자!”


클럽으로 갈 멤버들만 택시에 몸을 싣고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달렸다. ‘SIN CITY’ 라는 클럽이 유명하단다. 원래 춤추고 노는 걸 좋아하지만 유난히 노래가 좋았다. 모든 사람들한테 다 말을 걸며 미친듯이 춤 추고 놀았다.


중간중간에 설치되어 있는데 봉에는 근육질의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몸이 좋은 건 아니지만 불과 한달 전엔 더운 나라 동남아에서 웃통을 벗고 춤추던 버릇이 있어 나도 웃통을 벗어 던지고 춤추고 놀았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귀에 마이크를 차고 있는 덩치큰 가드 두 명이 양쪽에서 내 팔짱을 낀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나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취한 건 맞다. 근데 왜 저 사람들도 옷 벗고 춤추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지. 여긴 해변 근처의 클럽인데 왜 안되는 거지. 그래서 취해서 혀 꼬이는 발음으로 대들었다.


“왜 저 사람들은 옷 벗고 춤추는데 왜 나는 안되요? 이건 인종 차별 아닌가요?”


지금 생각해보면 취해서 판단이 안 되는 거였다. 저 사람들은 직업인 거다. 웃통 벗고 춤추면서 분위기 돋구는 그런 사람들. 나는 그냥 빼빼 마른 취한 동양인.


그렇게 추운 겨울에 웃통 벗은 채로 밖으로 쫓겨났다. 추운데 조금 서 있으니 술이 깨고 상황 판단이 되기 시작한다. 바들바들 떨면서 잠깐만 안에 들어갔다 오면 안되냐고 사정했다.


“저 안에 제 윗옷이랑 가방이랑 신발도 있어요. 그거만 가지고 나올께요”


문앞의 가드들은 단호한 표정으로 


“NO”


아까 괜히 대들었다. 나는 그냥 취객이었다. 추워죽겠다. 무슨 가방이 있어야 택시타고 집에 갈텐데. 신발도 벗고 놀아서 발도 시렵고 사람들이 불쌍하게 쳐다본다. 다행히 갑자기 내가 없어진 걸 알아 차린 일본 친구가 나를 찾으러 밖에 나와서 나를 발견했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스테이지 옆에 기둥 있거든. 거기 내 가방이랑 옷이랑 신발 있어. 그것좀 가져나와줘”


술 먹고 쫓겨나긴 또 처음이다. 


이제 함부로 옷 벗고 춤추고 안 놀아야지. 혹시 가드들이 뭐라고 하면 순순히 따라야지. – 오늘의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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