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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호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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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Nov 15. 2019

서핑에 빠지다

골드코스트

“혹시 서핑 해봤어?”


일본친구들한테 물어봤다. 그 중에 몇 명이 가끔씩 서핑 하러 간단다. 그래서 다음주 주말에 간다 길래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아침 4시 50분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집합이다. 무슨 서핑을 앞이 보이지도 않는 깜깜한 밤에 하냐고 물으니


“오늘 6시 13분 일출 예정이니까 가서 서핑보드랑 수트 빌리고 옷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려면 일찍 만나야해”


‘오! 해 뜨는 것을 보면서 서핑이라니 멋진데.’


하고 생각하고 아무 불만없이 일찍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아직 밖은 깜깜하고 주위에 사람은 없다. 호주의 새벽. 처음이다. 조금 기다리니 같이 가기로 한 다이키와 히사시가 나온다.


“요! 왔어?”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10명쯤되는 고등학생쯤 되는 무리가 우루루 온다. 다들 술에 취한 것 같다. 엄청 떠들고 시끄럽다. 그들 중 몇 명이 오더니


“돈 좀 있어?”


이제 좀 무섭기 시작한다. 술 취한 덩치 큰 호주 고등학생들이 돈 달라고 한다. 그래도 최대한 침착하게 얘기했다.


“지금 서핑하러 가는 거라서 돈 안가지고 가”


그리고 지금 내가 살아갈 돈도 없어서 돈 빌려 쓰는데 줄 돈도 없다. 그래도 계속 돈 조금만 달라고 조른다. 마침 버스가 와서 얼른 올라탔다. 그러니 창문을 두드리면서


“엿 먹어! 너흰 심장도 없냐. 불쌍한 사람 도울 줄도 모르냐!”


하고 외치고 간다. 호주의 밤은 무섭구나.


버스를 타고 서퍼스파라다이스로 가 보드 렌탈샵에 들러 서핑보드와 수트를 빌렸다. 특별히 탈의실이 없어 해변에서 수트로 갈아입었다. 어차피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다. 




드디어 바다로 입수. 아침의 바다는 생각보다 차가웠다. 처음하는 서핑이라 긴장도 됐다. 다이키와 히사시도 서핑을 잘 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 타봤다고 간단하게 서핑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렇게 서핑 보드의 뾰족한 곳을 앞으로 두고 보드 위에 배를 두고 누워. 그리고 팔로 페달을 저어서 앞으로 나가면 돼”


처음에는 밀려오는 파도 때문에 앞으로 잘 안 나가지고 물에 빠졌는데 차츰 익숙해 졌다. 큰 파도가 오는 지점까지 열심히 페달을 저어서 가서 파도를 기다렸다.



“자 이제 파도가 오면 팔로 저어서 방향을 반대로 틀고 파도가 바로 뒤까지 오면 전속력으로 앞으로 젓다가 파도 때문에 몸이 부웅 뜨면 그때 보드 위로 올라타면 돼”


말이야 쉽다. 아무리해도 보드에 올라타서 2초 이상 파도를 탈 수 없다. 계속 물에 빠진다. 그러다 어느덧 해는 뜬다. 


그렇게 하는 일도 없겠다. 매일매일 아침마다 해 보면서 서핑을 하러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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