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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lly park Dec 28. 2019

말타기

누민바 계곡

처음으로 예솔이와 소라형과 내가 쉬는 날이 겹친다. 예전부터 바람한번 쐬러가자가자 하며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오늘 야외로 나가기로 했다.


“오빠 말 타봤어요? 저는 예전부터 승마가 재밌어서 배웠었거든요. 말타러 가요”


나는 말이라곤 20년 전 초등학교 때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가서 잠깐 탔던 기억이 희미하게 난다. 오랜만에 말 타보는 것도 재밌겠다 싶다. 



그렇게 셋이서 소라형 차를 타고 누민바 계곡으로 갔다. 이름도 생소하고 여기서 말을 타게 된다는 것도 생소하다. 차로 1시간쯤 갔나 시골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조금 걸어가니 말 우리 같은 곳이 보이고 귀엽게 생긴 호주 아가씨가 우릴 반긴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니에요. 누민바 승마 체험장에 오신걸 환영해요. 예약하셨어요?”


예솔이가 이미 알아서 다 예약해놨다. 우리 이름을 말하고 제니를 따라가니 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혹시 여기서 승마 해보신 분 있으세요?”


예솔이가 손을 번쩍 든다.


“이 친구 이름은 데니에요. 가끔씩 성격이 급할 때도 있는데 순한 친구에요. 승마 경험이 있으시면 이 친구랑 함께 하세요”


그리고 승마 경험이 없는 소라형과 나는 제일 온순한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말에 오르고 간단한 승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제니가 앞장서고 우리는 뒤따라 천천히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생각보다 코스는 길었다. 제주도에서 말타고 사진찍고 5분 정도 천천히 걷다 온 것과는 많이 달랐다. 10분 정도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걷다 이제 계곡이 나오고 숲을 가로 질러 가기 시작한다. 내리막이 생기고 오르막길도 나온다. 점점 말을 타고 걷는 다기보다는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이 코스에 훈련이 되어 아주 잘 적응되어 있는 말이라 무섭지는 않았지만 말이 뛰기 시작하면서 안장에 앉은 나도 위 아래로 반동이 생기며 같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허벅지 안쪽이 안장에 쓸리기 시작하면서 너무 따갑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 수는 없어 참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맨 마지막 코스 3분 동안은 평지가 나오면서 말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위아래 반동이 더 심해지면서 고통은 더 심해진다. 이 악물고 버티다 드디어 코스를 한 바퀴 다 돌고 다시 시작지점으로 되돌아왔다. 말에서 내린 나는 울상이 되었다. 예솔이가 걱정이 됐는지 묻는다.


“오빠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다. 그냥 땅 위에서 걷는데도 허벅지 안쪽이 아파 뒤뚱뒤뚱 걸을 지경이다. 


“허벅지 안쪽이 쓸려서 너무 아파”


예솔이는 웃으면서 말한다.


“원래 처음 승마하면 그래요. 말이 뛸 때 반동이 생기면 리듬이 맞춰서 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하는데 아직 적응이 안돼서 반대로 내려갈 때 올라가고 올라갈 때 내려가서 허벅지가 쓸린 걸 거에요. 다음에 다시 오면 그렇게 해요”


아니. 이제 절대 말은 안탈 거다. 


생각보다 일찍 승마가 끝나 오는 길에 댐에 들렀다. 생태공원이라는데 박물관 같은 곳은 관심없어 아무 생각없이 멋진 풍경을 보면서 쓰라린 허벅지를 달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로비나 몰에서 쇼핑하기로 했다. 모자랑 바지를 하나 샀다. 이제 빚도 없고 돈도 모이기 시작해서 여유가 생기나 보다. 



매일 같은 일상에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 내서 좋은 추억 만들어준 예솔이, 소라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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