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불만족의 이면
수치심이란
나에게 결점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소속될 가치가 없다고 믿는
극도로 고통스러운 느낌이나 경험이다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 이상 수치심을 경험하고, 느끼고,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치심은 '침묵의 유행병'이라고도 불린다. 수치심은 발동하는 순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숨거나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욕구가 간절해지는데 이것이 객관적인 판단을 흐려지게 만들고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치심을 용기 내서 털어내지 않으면 침묵하고 비밀을 감추게 만든다. (출처: <수치심 권하는 사회>).
수치심은 주로 'OO 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의 형태로 우리 머릿속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이런 생각은 사회적인 통념과 관련이 깊다. '나는 예쁜 사람으로 사랑받고 싶어', '사람들이 나를 뚱뚱한 사람으로 보는 게 싫어.', '사람들이 내가 우울증,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알게 되는 게 싫어.', '사람들이 나를 실패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싫어.' 등등..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한 아주 일상적인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들이 자기 불만족과 관련이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수용하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수치심을 동반한다. 자신의 몸과 외모를 싫어하고, 거절을 두려워하고, 도전을 거부하고, 비난받을까 봐 삶의 경험을 숨기는 이유가 수치심 때문일 때가 많다(출처: <수치심 권하는 사회>).
특히 수치심은 '자각'과 관련이 있다. 즉,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으로 인해 촉발된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가 아니라 '저 사람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볼까?'에 더 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인생의 중심이 자신에게 있지 않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많이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 영향을 받으며, 특히 요즘 같은 밀집과 경쟁의 사회에 내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모습을 의식하는 것은 슬프게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와 같은 자기 개념이 선명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다.
특히 비교로 인한 자기 비하는 견디기 힘든 괴로운 감정 중 하나인데 누구든지 남들보다 못나고, 돈도 없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에 괴로울 때가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이런 비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의 경험담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다. 물론 우리 문화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오픈하는 것에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로부터 '그건 너만 그래, 난 너와 달라'와 같이 동정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약성을 드러내는 순간 더 이상 취약성이 아니게 된다. 취약성은 감추면 커지고 드러내면 작아지는 것과 닮아있다.
나는 나의 수치심 낀 이야기들을 나의 첫 번째 상담, 두 번째 상담, 집단상담 그리고 나의 가족, 내가 느끼기에 안전한 대상(친구)들에게 수없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이야기를 꺼낸 집단은 내가 운영하던 퍼스널브랜딩 커뮤니티였다. 나에게는 '냄새'가 콤플렉스이며, 나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제작하려면 이 스토리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건넸더니 모임원분들 중 한 분께서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자신의 약점을 나에게 공개해 주셨다. 그리고 그분 덕분에 나는 공감받고 있다고 느꼈다. 떠올려보면 내가 나의 수치심을 꺼낼 때마다 나는 상대로부터 공감과 인정을 받았고 오히려 용기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나의 경험들이 발판이 되어 지금은 불특정 다수들을 대상으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수치심 낀 이야기에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공감은 '나도 너와 같아. 너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어.' 와 같이 나와 상대를 동등한 같은 선상에 올리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도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고 싶어 한다. 취약한 것이 나약하다는 의미가 아님에도 우리는 취약성을 인정하기를 두려워한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모두 가진 복잡하고 취약한 존재이며, 이것이야말로 인간다운 모습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비로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으며 수치심에서 벗어나(not shame) 우리가 모두 같다(same)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