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to admire
내 발로 걸어들어온 감옥 속에서 나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았을 때는 '왜 저래?'하는 행동이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납득될 수 밖에 없는(something to admire,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나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행동이었다. 나의 이상적인 이상행동은 이러했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친구들과의 대화를 피했다.
친구들과 둘러 앉아 모여있는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았다. '오, 나도 그래!', '너는 어때?', '나는 어제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싶은 말은 무척 많았지만 냄새가 걱정되서 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고 싶으면 마치 복화술하듯이 최대한 입을 벌리지 않고 웅얼웅얼 거리며 말했다. 분명 함께 있으나 대화를 하지 않으니 외톨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주로 몸으로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말없이 친구에게 붙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날씨가 따뜻해져도 목도리를 하고 다녔다.
지금은 싫어하는 겨울을 그 당시의 나는 좋아했다. 추울 때는 목도리로 자연스럽게 입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목도리로 얼굴의 반을 덮고 있으니 몸이 자연스럽게 움츠려있었고 위축되는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겨울의 교실은 따뜻한 온풍이 나왔지만 나는 땀을 삐질 흘리면서도 나는 목도리와 한 몸이 되어 목도리를 잘 푸르지 않았다. 목도리는 나의 비밀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10분이 넘는 시간동안 양치를 했다.
양치를 하는 동안에는 가취가 치약 냄새로 덮힐 것이라 생각했다. 친구들과 화장실에 모여 다같이 양치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었다. 내 친구들은 무슨 양치를 그렇게 오래하냐며 타박했지만 나는 양치를 하며 대화하고 장난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는 행동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나에게 가장 안전한 시간대는 이 닦는 시간과 이 닦은 직 후의 점심시간이었다.
냄새의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으면 극도로 긴장했다.
무한도전의 길이 한참 입냄새 비호감 캐릭터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친구들과 함께 무한도전을 보고 있었는데 그 때, 길이 박명수에게 얼굴을 들이대면서 '하-'하고 입냄새 공격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어쩔줄 몰라하는 내 자신이 느껴졌다. 친구들이 tv를 보고 혹시라도 내 이야기가 나올까봐 극도로 긴장해서 몸에 땀이 나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tv가 아닌 나에게 주의를 가져오기 위해 열심히 말을 걸었다. 친구들이 tv를 본다면, 나를 떠올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관계에서 쉽게 위축되고 주눅들었다.
그 당시 나의 인식에서는 냄새가 난다는 것 자체로 나는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른 사람이었다. 자존감이 낮아진 나는 친구들이 나를 놀아주는 것 자체로 고마워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건강한 공격성이 잘 발달되지 않았다. 막연하게 아무런 근거없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냄새나는 나를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생각 때문이었을 것 같다. (나도 누군가가 냄새난다며 싫어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나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보다 대화 중인 상대방의 표정을 극도로 예민하게 살피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상대의 표정을 통해 나에게서 나는 냄새의 여부를 확인했다. 관계의 중심에 '나'를 두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렇게 생겨버린 나의 이상한 행동들은 모두 내가 고쳐나가야할 숙제가 되었다. 사실 입냄새에서 자유로워진 이후로는 땀을 흘리며 목도리를 하거나 양치를 10분 넘게 하거나 냄새이야기의 긴장하던 습관들은 자연스럽게 모두 없어졌다. 하지만 쉽게 위축되던 관계 패턴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않는 습관 등은 후유증이나 취약성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 취약성은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 마치 자신의 존재를 잊지말아달라는 듯 비집고 나와 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