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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Apr 27. 2021

"그래서 생각해 낸 익살,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activity/3212629


【블라인드 페이지】- 37일차

블라인드 실격 '_'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고만 믿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 인간이라는 존재는 왜 하루 삼시 세끼 밥을 먹는 것일까. (…) 이것도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어서, (…) 먹고 싶지 않아도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밥알을 씹는 것 (…) 꿈틀거리고 있는 영혼들에게 기도하는 행위가 아닐까. (…)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참 행운아라는 말을 정말이지 자주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나한테는 재난 덩어리가 열 개 있는데 그중 한 개라도 이웃 사람이 짊어지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충분히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즉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 사람들의 괴로움의 성질과 정도라는 것이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용적인 괴로움, 그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해결되는 괴로움. 그러나 그 괴로움이야말로 제일 지독한 고통이며 제가 지니고 있는 열 개의 재난 따위는 상대도 안 될 만큼 처참한 아비지옥일지도 모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자살도 하지 않고 미치지도 않고 정치를 논하며 절망도 하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고 살기 위한 투쟁을 잘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괴롭지 않은 게 아닐까? (…)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후략)

 _본문 일부 발췌


☞ 하고픈 말이 목구멍을 기어오르는 걸 달래자니 실체 없는 유령만 출력, 떠드느라 쉴 새 없는 내/너가 있는가 하면 주절거림으로 소위 존재감을 취하려는 너/나도 있겠고. 이렇게 속 편한 소리, 둘 사이 잇는 징검다리로나 쓸 수 있다면 좋으련만. 대체 삶이라는, 이 사-노라마를, 그리고 연기, 지속하는 이유? 모르지(나ⁿ의 데옥시리보 핵 따윈 일찌감치 폐기된 게 아닐까). 그게 공백이라니 누군들 이해, 할까. 그저 저마다 이해라는 환영에 홀려 평생 동굴에서 면벽 중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줄도 모르는 게 아닌지. 하긴 아무래도 좋아(아니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혀를 말아 목 뒤로 삼켜야 찍어 바르는 먹물. 캄캄한 속에서 가까스로 돋느니 붓, '입 속의' 붓. 혀를 내어주고 얻은 붓으로 적어내리니 광狂란중일기亂中日氣렸다. 신臣에게는 아직 십이지十二支, 장腸 속 '검은 잎'이 펄펄 끓사오니 ~ 자子에서 축丑으로, 인寅으로  또 묘卯로 살아생전 윤회 거듭하며 지장보살地藏菩薩 흉내 좀 내려니 한 오백년. 이제 겨우 십일조 급인데 웬 성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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