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_정희성,詩 「산」전문
무언가를 특히 누군가를 그리는 일. 이를 마음 안쪽에 들이는 것,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이를 대상으로 취하여 소유하려는 욕망과는 그래도 다르지 않겠는가라며 나름 구별 지어 봅니다.
자기 바깥, 그이에게로 향하(려)는 마음을 흐르는 그대로 두는 것.
그저 쓸 뿐.
그를 쓰는 주체로서의 나를 그이 앞에 세워 대가로써의 반대급부를 구하려 들지 않는.
이것이 마음의 일이라면.. 사람의 마음이 빚는 일이 본래 이러하다면,
'가까이 갈 수 없'다고 다가서려고만 하지도 않겠고, 꺾어 취하려 드는 정복욕에 혈안 되는 일도 없겠어요.
제 편에서의 욕망을 토대로 빚은 걸 '희망'이라 이르는 바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이와 그이의 세상 쪽으로 마음을 두는 것. 다만 이를 지속할 따름. '그냥 거기 있어' 애를 쓰지 않아도 절로 '놓이'는 마음'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먼발치에'서도 부지런히 자라는 마음은 제풀에 지쳐 시들기도 하겠고 이따금 꺾이기도 할 테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인연의 실체는 친밀보다 거리여서, 꼭 그렇게 꺾이고 시들게 마련인 운명을 불쏘시개로 하여서만 겨우 감각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를 부쩍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