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목, 타전의 전말 ─ 책방 아저詩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by 사각공간
낱말은 귀가 듣고 양말은 발이 신는다 양말도 제 짝이 있고 낱말은 그 뜻이 있다 빈말은 뜻이 없고 정말은 알 수 없다 긴말은 시간이 필요하고 준말은 용법에 준한다 마침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그런데 마침표를 찍어야 하나 일단은 모서리를 접는다 닳아빠진 수첩을 보면 아직도 나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웃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우습다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양말도 제 짝이 있고 구멍난 양말에도 볕이 드는 날 새 신을 신고 뛰어봤자 나는 놈이 있겠지 말이 씨가 되어 볕이라도 있고 없고 꿈을 꾸는 청춘이야 그게 다 빚이야 밤잠을 설쳤으니 낮잠을 잘 수밖에 가진 게 없으니 가질 게 없어라 젊어서 고생 살 수가 없어라 죽기 전에 사라지고 싶다 내 죽음을 나에게 알리지 말라 까마득히 울다 아득히 웃는 자여 네 입술에 취하라 취하고 취하면 마음이 평화를 얻으리니 자꾸만 헛것이 들린다 제발 지나는 길에 들러서 나를 좀 봐줘

전말은 알 수 없고 절망이 길어진다 가망이 없더라도 희망의 용법을 구한다

_유진목,詩 「타전의 전말」 전문


고생 밖에 살 게 없는 데 그를 살 기회조차 얻지 못하니 아, 어쩌란 말이냐. 靑春이라더니 '푸른 봄'은 죄다 어디로 망명했누. 찾고 보니 죄다 연예계etc로 out-sourcing. 이편으로 외주화된 위험 안고 지는 젊음. 평범한 삶은 네모진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實경험과는 거리 두고 가상/유사 체험의 연속이라니. 비자발적 무기력에 권태란 이름표는 웬 말인가. 지전 한 장 품지 못한 지갑 속엔 고이 접힌 꿈만 가득.

허기도 지속하니 체념이 가능하네. 어느 욕망의 풀무 속에 들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내게서 소외된 젊음은 재[灰]도 남기지 못하고 '윤회하러 가버리고'*


'싸구려 커피 ~ ♬'를 강렬하게 당기는 시, 아닌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 그 '희망'이란 표현을 마주하면 뭔가 참 아득하고 말이죠. 동시에 당장의 발밑은 죄 허방인 것만 같고요(절로 떠오릅니다;;). 사이로 차오르는 허무. 숨이라도 쉬어보겠다고 수면 향해 발버둥인 자아상을 떠올리기까지 정말이지 순식간. 죄다 거기서 거기라고 가늠되는 무산자 계급의 젊은 시절, 저 또한 겪은 바여서 비추어 떠오르는 대로 붙여봤습니다.


갑갑함과 답답함이 콜라보로 옥죄는 갑X답한 현실을 어제 오늘 살아낸 것도 아니건만. 지/리/멸/렬의 순서만 뒤바꾼 패 던지는 딜러, 저 운명의 멱살이라도 틀어쥐고픈 데 뾰족한 수 없으니.. 참;;


별 수 없다 싶어 놔버리자니게 내려놓음인지 내쳐짐인지 헷갈리고요. 썩 유쾌하지도 않고요.


곧 죽을지언정 그냥 죽지는 않으려니. 이 세계라는 낭중囊中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이라면 결국 제 머릴 송곳[錐] 마냥 갈고 닦는 길 밖에 없을지 모르겠다는 데에 생각 미치고요.


요는 갑X답한 내가 뚫어야죠 뭐 '_'

함 뚫어봅시다, 까짓거!


*김혜순,詩 「나의 어제는 윤회하러 가버리고」중



붙임. 1 : head 삽입 이미지는, 영화 《프란시스 하》장면.

붙임. 2 : 인용 詩는, 시집 『연애의 책』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