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희망을 가지라 한다
시인은 서재에서 시를 쓰면서
이를테면 이렇게 쓰면서
시는 분노가 아니나니 신의 입김이나니.
희망을 가지라 한다
선생은 학교에서 군자를 가르치면서
이를테면 이렇게 가르치면서
수신제가하야 치국평천하하고
희망을 가지라 한다.
목사는 교회에서 설교하면서
이를테면 이렇게 설교하면서
치마를 걷어올리거든 고쟁이까지 벗어줘라.
그러나 무슨 희망을 가져야 하나
살아 날뛰는 것은 사냥개뿐이고
살아 설치는 것은 총잡이 뿐이고
세상이 온통 도살창이 되어 버린 이 땅에서
한낮에 대낮에
청천 백일하 중인환시리에
무고한 시민 마구잡이로 죽인 자가
왕관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고
그것도 몇 수십 명이 아니고
수천 명 수만 명을 죽이고 살해하고 학살한 자가.
오 능욕당한 도시 광주여, 오 우리시대의 치욕이여 공포여
피, 피, 피, 강물처럼 흐르는 피의 거리여
굴욕으로 흐르는 침묵이여, 침묵의 거리여
굴욕으로 도대체 무슨 희망을 가져야 하나.
_김남주,詩 「희망에 대하여 ·Ⅰ」전문
구획된 틀거리 내에 안주한 채 밖으로는 이러저러한 당위를 쏟아내는 형편. 그 입에 올려지는 '희망'이 과연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가, 희망으로 여실한가를 고민하는 때에만 '살아 날뛰고 설치는 것'에 맞서지 싶습니다. 겨우 꿈틀거릴 밖에 다른 도리 없는 이들. 그러나 주저하지 않은 사람들로 오늘 이곳에 내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잊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