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행복은 TV 광고 속에나 있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거기에 이를 순 없나요?
유학 나가는 친구들 출영했다. 김포공항 광장을 걸어나올 때 직면하던 그 이상한 패배감 같은 것도, 그러나, 사우디 나가는 노동자들이 5열 종대로 <앉아 번호> 하던 광경을 생각하면, 사치다.
이렇게 쓸쓸한 곳에서, 오지 않는 미래를 오래 기다리게 해서, 아내여, 미안하다. 아무래도 당신은 나를 잘못 따라온 것 같다. 줄이 안 보인다.
_황지우,詩 「그들은 결혼한 지 7년이 되며」 中
역사歷史의 수레바퀴 굴리길 주도하던 거인巨人을 미분한 에피고넨과 이를 더 잘게 쪼갠 형편의 범인凡人 중 하나인 저로서는 이러한 데에 이입하려는 감정이야말로 '사치'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언과 허언으로 지은 약속을 얼마나 남발하였는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도 없으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 삶에 '오지 않을 미래'임을, 예견까진 아니어도 예감 없지 않았으니 고의 부도 책임에서 아주 멀지도 않겠어요. 그래서 새삼스럽다면 새삼스럽지만 닿았던 인연들 한 분 한 분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한편 '줄이 안 보인다'라고, '아무래도 당신은 나를 잘못 따라온 것 같다'라고, 그래서 '미안하다' 이르기 전 먼저 제 길 찾아 잘 가셔서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일찌기 확! 깨어난 바 되어 적어도 'TV 속에나 있는 행복'에 홀리는 일 없이 나름의 일상 가운데 행복을 꾸려내고들 계실 테니. 정말이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녀가 바빠졌다.
그녀는 이제 갓 이혼녀
아침이면 두개골을 활짝 열고
아직 습기 찬 감옥을 널어놓고 나간다
이십대에 넣어둔
처녀의 운동화를 꺼내 신고
스쿼시도 하다가 에어로빅도 하다가
문화센터에서 종이 다보탑을 접고
행복한 삶이나 웃음철학도 듣는다
저녁은 잘 차린 연어구이 밥상
한 벌의 수저를 가지런히 놓고
백포도주도 한 모금 찔끔,
갑자기 미래가 희망찬
시간의 바다 속으로 던져졌다
뭐든 할 수 있음! 그 하루 위에서
적극적이라는 구명보트에 매달린
그녀의 삶은 이제 무사하리
그녀는 그녀를 석방하고 얻은
단독자의 통장을 베고 눕는다
이제 그녀는
그녀로만 가는 돛대 같은 것
자고 나면 열심히
열심히 하루를 헤엄칠 것이다
라고 말하다 암초처럼 꿈이 닿으면
갑자기 그녀의 옛 감옥으로
획 돌아 내달리는 그녀의 저 큰 등지느러미
_정복여,詩 「이웃집 여자」 전문
인간種으로 욕망에 끄달리는 불완전이야 태생적 한계라면 한계이니 정도의 차이일뿐 죄다 자기-중심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고 말이지요. 해서 때에 따라 짜증도 일고, 그를 그대로 표출하기도 하고요. 다만 차이라면, 나이를 더할수록 고집이 늘어 이내 완고한 형편에 처하든 반대로 저 자신을 살핌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살피는 이해의 폭을 넓히는 형편으로 나아가든 둘 중 하나이겠지요.
부딪고 다툴 수 있는 것인데. 사람이면 아니 사람이니 그런 순간은 언제든 마주하게 마련인 건데 말입니다. 요는 에티튜드. 상호 간 이해를 중심에 두었다면 입만 여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귀를 함께 열어두는, 최소한의 배려는 보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돌이켜보면 그러지 못했어요('암초처럼' 그때 그 상황, 당시 제가 취했던 말과 행동들에 '닿으면 갑자기 옛 감옥'으로 도로 갇힌 듯한 느낌적 느낌;; 이불킥 수차례 경력자임돠, 나름요 ~ ^^;;). 대화를 통해 건강한 방식으로 해결, 이렇게 말을 지어 이를 순 있어도 정작 실전에선 손발 어지러운 지경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니 피차 간 저홀로 쌓은 불만을 왈칵 쏟아놓거나 나름 상대를 배려해 애를 썼노라는 제 마음 사정만 앞세워 서운함을 토로하게 된 건 아니었을지.. 휴 ~~;
상대를 탓하는 데서 돌이켜 제 그릇된 바를 성찰하는데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사람으로서 성장한다는 의미일지 모르겠습니다. 서로에게 귀한 시간 임을 안다면 관계 회복에 더딜 이유 없으니까요. 낭비잖아요. 자기 잘못을 직시하는 데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고 그만큼 성찰에 들이는 이와 함께라면 안온함을 감각하는 일상으로 내내 행복, 아니할 수 없겠다 싶습니다.
(내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책방 아저씨의 만시지탄입니다;; 하 ~~;;)
붙임. 1 : head 삽입 이미지,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붙임. 2 : 인용시 출처는,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정복여 『체크무늬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