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비정규직에 최종 합격통보 받다
그나마도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평일 근로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올해 고1이 되었고,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 학부모가 된 것. 게다가 지자체 방침에 따라 평일 근로는 언제 또 채용공고를 낼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채용공고상 채용년한인 만 60세 전에 한 번은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공공일자리만 선호하기 때문일게다. 첫 근로는 2018년이었고, 당시에는 이번 채용된 도서관에서 채용인원이 한 명이어서 기간제근로자 신분으로 혼자 근무했었다. 이후 2019년엔 뽑지 않았었고, 2020년에도 한 명만 채용되었다가 2021년부터 두 명씩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그 사이 나는 주말근로자로 근무하면서 꾸준히 실무를 익혔고, 평일에는 'ㄷ'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로 문헌정보학과 학사 자격을 얻었다. 이로써 정사서2급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다. 정사서 자격을 얻으려면 비전공자였던 나는 반드시 학점은행제를 이수해야만 했다. 이번 채용공고상 자격증 취득은 가산점부여의 대상이었다. 점차 채용공고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나는 비정규직을 뽑더라도 이런 날이 올 것을 알았고, 어차피 도서관에서 일할 거라면 꼭 사서자격증을 따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서자격증이 공무원 임용시험을 보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고, 혹시나 이번 서류전형에서처럼 사서자격증이 '우대조건'에서 '가산점제도'로 바뀔수도 있을테니까요.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은 격'일수도 있겠지만, 미리 준비했던 나는 가장 높은 5점의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었다.
내 경우도 이에 해당할까? '준비된 자만이 살아 남는다'던 미야자키 신지가 동명의 저서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엉덩이가 무거운 나는 앉아서 책과 씨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한 때 내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사법시험에도 무모한 도전을 했었는지 모른다. 그냥 사회를 좀 더 따뜻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내가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기를 바랐다. 하루 열 시간 이상씩 딱딱한 의자에 앉아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는 두꺼운 전공서적을 붙들고 행간에 담긴 '법철학'과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파악하고자 씨름했던 숱한 날. 그 결과 시험 합격 대신 나는 평생 경추와 척추에 디스크라는 고질병을 얻었다.
수험생활을 끝내자 디스크 증상은 완화되어 한동안 별 이상을 못 느끼다가 작년부터 급격한 디스크 증세를 느끼고 있다. 일단 제대로 된 준비운동 없이 걷기에 적당한 신발도 아닌, 사이즈가 딱 맞거나 너무 무거운 신발을 신고 걷다가 그만 허리가 급성으로 나빠진 것이다. 결국 이번 겨울을 지나는 동안 디스크 악화로 그나마 하던 운동인 산책마저 그만 두니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점점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이 되었으니 살을 빼야 한다. 이번 주부터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일단 야식을 끊고, 평소보다 물도 자주 마시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드는 불규칙한 수면습관을 고치기 위해 활동량을 늘렸다. 일부러 외출할 일을 만들어 걸었고, 14층인 집까지 계단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슬슬 체중을 줄이기 위한 시동을 걸었으니, 이제 3월 4일 첫 출근을 하게 되면 또 신체적 활동과 정신적 긴장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본다. 많은 작가분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하였으니 또 열심히 살아내 보련다.
내 생애 다시 뛰는 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