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사다난하게 마무리하는 2023년 마지막 도서관 주말 근무
오늘 오전은 특히 도서관 자료실에 이용자가 뜸했다. 아마도 연휴인데다 일요일은 오전중엔 예배나 미사와 같은 각종 종교활동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르느라 그런가 보다. 점심시간인 12시 전후가 되니 이용자 수가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게다가 '두 배로 대출기간'-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포함되어 있는 한 주간-마지막 날이라 평소 1인당 7권인 대출가능권수가 1인당 14권으로 빌릴 수 있기에 점심시간 시작인 12시즈음 부터 이용자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오후 과업을 마치고 금일 도서관 자료실 마감이자 2023년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도서관 출입문을 나섰는데 갑자기 부녀가 서서 내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지난 주 저희가 '책을 반납했는데 반납처리 안 한 채로 다른 분이 책을 대출해가신 것 같다'고 했었는데, 집에서 책을 늦게 찾았거든요. 제가 지난 주 연체되면 어쩔거냐고 따졌었던 거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꾸벅 인사를 하셨다.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비*500 음료 박스'까지 사왔다며 건네주셨다. 그러더니, "네, 괜찮습니다."라며 한사코 음료를 돌려드리려는 내게 굳이 자꾸만 받으시라며 쥐어주셨다. 하는 수 없이 음료 박스를 받아든 내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하시고는 휑하니 뒤돌아 가셨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정확히 지난 주 일요일 오후 4시가 넘어서 어린이자료실에 들어선 3인 가족은 무인반납기로 책을 반납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갑자기 업무데스크쪽으로 가까이 오시더니 '본인들이 책을 반납하던 중 한 권이 누락된 듯한데, 그 사이에 반납대에 뒀던 책도 없어졌다며 다른 이용자가 대출한 것 같으니 동시간대에 대출한 사람들에게 전화해보라'고 요구하셨다. 그래서 그럴 경우는 없을 거라고 설명드렸는데도 '그러다 31일-오늘-까지 반납만기일 넘겨서 연체되면 어쩔거냐'고 바득바득 우기셨다. 하는 수 없이 업무 마감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대출자리스트 검색하여 동시간대 이용자에게 전화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OO도서관 어린이자료실입니다. 혹시 '...' 제목의 책을 대출하셨을까요?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이용자분이 그 책을 반납처리 못 하신 채로 반납대에 두셨는데 이용자님께서 대출하셨나 해서요."라고. 전화받은 이용자는 "아뇨, 그런 책은 없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불편 드려 죄송합니다."...그랬더니, 오늘 사과하셨던 이용자분이 "제가 직접 전화 돌려 볼까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비교적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그러는 사이 마감 점검차 올라온 당직 주무관이 겨우 설득하여 일단 마지못해 퇴실하셨고 그제서야 마감했다. 이미 퇴근시간을 10분 정도는 경과한 시간이었다.
그러더니 오늘도 다 업무마감시간이 지난 시간에 무턱대고 도서관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나는 받아 든 책과 음료 상자를 당직 주무관에게 전달했다. 나는 직주근접 상황이니 내가 좀 늦더라도 동료 젊은 친구들을 먼저 보낸 것이다. 그 정도는 뭐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일종의 민원을 행사한 그 분이 자기 딸까지 앞세워서 굳이 업무 종료 시간이 지난 시점에 방문한 것이 일단 좀 마뜩잖았다. 게다가 도서관 입구에서 외부인이 다 지켜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사과한다는 명목으로 자기 딸의 고개까지 억지로 숙이게 하는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내가 배배 꼬인걸까? 그냥 좀 순리대로 처리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내 올해의 마지막 근무도 다소 요란하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