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의 서울나들이
어제는 주말 근무의 다음날, 내게는 주말같은 월요일인데, 한글날이었다.
그래서 집에는 나의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은 날아갔다.
나와 성이 다른 두 남자가 집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몇달 전부터 연휴만 있으면 '동묘'를 가보고 싶다던 사춘기 아들 녀석의 소확행을 위해
번잡한 서울 시내에서 주행도 신경쓰이고 주차비도 만만치 않으니 대중교통으로 움직였다.
휴일이지만 '6시 기상 미션'을 무사히 마치고, 서둘러 외출준비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대중교통으로 목적지까지는 편도만해도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결국 아침이라도 든든히 챙겨먹어야
지루한 여정 버텨낼 수 있을테니.
평소 아침은 슬림하게 먹거나 삶은 달걀 한 개랑 단백질 음료 한 봉지 먹는 게 전부인 내게 주말 내내 일하고 난
다음날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밥상의 구색은 맞추어 준비하다보니 지쳤다.
광역버스에서 자리잡고 탑승하자마자 작정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서울 입성후에서야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반사적으로 눈이 떠진 것이다. 신기했다. 오랜 뚜벅이의 촉일 것이다.
나의 현대생활에 가장 적응력이 떨어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운전!
내 인생 최대의 난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서는 동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뭐 여기저기 좌판을 펼친 상인들과 구제의류매장 들을 돌다보니 금새 허기가 지고 발바닥이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평소 입지도 않는 원피스를 입고, 그나마 도보를 예상하고 복장과 어울리는 굽없는 로퍼를 신었던 것이다.
결국 동묘 맛집이라는 '쭈꾸미'집에 가서 식사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문구, 완구 할인 판매거리가 있다기에 팬시마니아인 나는 결국 또 지갑을 열고야 말았다.
게다가 거기서 바로 귀가하지 않고 또 동대문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아이가 '세기말 패션' 운운하며 두타(두산타워몰)과 밀리오레에 가보고 싶다하니 온 김에 보고 가기로 한 것.
그런데 나의 발은 쥐가 날 지경이었고, 결국 카페에 앉아 시간과 돈을 써가며 또 허비하고, 결국 근처 H사 아울렛 입구에서 대폭 할인한다는 유명한 털신 브랜드사의 운동화까지 사고야 말았다.
그리곤 잠실구장 기념품샵까지 들르겠단 녀석은 본인도 피곤했는지 그냥 집에 가잔다. 헉!
발바닥이 너무 아파 구매하자마자 테그도 떼고 바로 신고 나왔는데...
아웅~그냥 집에 갈 거였으면 그래도 그냥 버스안에서는 신발 벗고 있을 각오로 마지막 한 번 더 버텼을텐데...
그냥 아이 늦잠 자고 있었을때 깨우지 말 걸 그랬다.
그래도 또 일부러 자신의 늦잠을 핑계로 약속 안 지켰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깨워 돌아다녔는데...
돈 버려, 시간 버려, 몸 피곤해...
살짝 후회가 되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하니 좋아하던 아들 보며 '나오길 잘했다' 싶었는데,
결국 끝은 후회로 마무리.
뭐 다 좋을 순 없으니, 아들의 소확행 채워준 걸로 그냥 위로하자.
그리고 이왕 산 운동화 신고 열심히 걷기 운동하면 된다.
자꾸 후회하기 없기.
다시 긍정모드 가동~!
여러분들의 한글날 포함 연휴는 모두 즐거우셨는지?
연휴때 하루쯤 뒹굴거리며 쉬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