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한대로 살아지지는 않더라구요.
오늘은 도서관 근무중 웬일로 폐관시간인 17시까지 몇 분을 남겨둔 시점에 마감이 끝나고 이용자도 없는 평화로움.
16:58에 자료실 문이 열리더니 모녀가 방문!
가방에서 책을 한아름 데스크에 꺼내놓으신다.
"반납 좀 할게요."라고 하신다.
그럼 그렇지~웬일로 정시에 끝나나 했다.
이렇듯 인생은 늘 변수다.
특히 어릴적부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는 내게는 더더욱.
마음먹은대로 살아지지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엔 S대와 법조인을 꿈꾸었다.
그 시절 누구나 그러했듯이.^^;
대학땐 인권변호사를 꿈꾸며 법학과에 진학했다.
졸업하고도 한두해쯤 고시원을 전전하며 수험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 고시라는 게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시험도 전략이라지 않았던가.
조교님의 금융업계 면접보라던 권유도 무시하고 시험장으로 간 나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리고 가정형편상 무작정 수험생활을 이어가긴 힘들었다.
그리고 여러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나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을 거치며 그냥 그렇게 경단녀가 되었다.
남편의 실직으로 잠시 학습지 회사에서 방문교사도 하고...
그러다 서울에서 지금 이 곳에 이사와서 도서관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었고, 이를 계기로 정사서자격증 2급까지 취득했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 도서관 비정규직 주말기간제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일 년동안 주말을 반납해야하는 씁쓸한 인생이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근로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위안삼아 본다.
공무원시험을 치기엔 지금의 나의 체력과 지력과 집중력이 20대의 그때만큼이 아니고,
가사노동도 해야하고, 사춘기 청소년도 양육해야 하고, 배우자도 챙겨야 하고...
결론은 그냥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얘기^^;
뭐 대략 나의 비루한 인생 이야기를 약간의 중략을 거쳐 풀어놓았다.
참, 부끄러운 이 순간.
그래도 앞으로 그려 갈 나의 찬란한 인생을 꿈꾸며...
위로한다.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