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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강의

-글쓰기 온라인 모임의 리더의 중개로 진행한 서평 노하우 ZOOM강의

by 네모

오늘 생애 처음으로 ZOOM강의를 했다.

19:00~20:00, 대략 한 시간동안 진행했다.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만든다는 이 세상에

강의 내용에 대한 멘트도 멘트인데 ZOOM강의 진행 중 기계 조작 실수를 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누군가 읽게 될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원시적 삼류인 내가

어쨌든 기존 브런치 작가들, 신문물 강의도 척척 해내는 구성원들 앞에서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아직은 글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내가 강의를, 그것도 '서평쓰기 노하우'라는 글쓰기 강의를 할 자격이 될까' 자꾸 나의 누추한 이력을 떠올렸다.

그래서 처음 10월초쯤 제안받은 강의였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오늘 강의날짜를 기준으로 불과 일주일전쯤 애초에 나에게 강의 제안을 주셨던 고마우신 멘토님께 조심스럽게 못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역시 돌아온 대답은 "이제 와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시며, 걱정말라고 거듭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리허설까지 도와주시겠다고.


결국 저를 위해 천금같은 시간을 내어주시는 멘토님께 죄송해서라도 어떻게든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처럼 얼마전부터 나의 소중한 친구, 노트북이 말썽을 부렸다.

자꾸만 넓지도 않은 집안의 5G 와이파이도 잡아내지 못하고 버벅댔다.

게다가 프린터까지 태업중이었다.

작동을 멈춘듯...스풀링은 십 분을 넘겨서 계속 위잉위잉 달가닥달가닥...계속 반복되고 겨우 진정됐나 싶었더니 이제는 '인쇄'를 클릭했는데도 프린터 작업창이 뜨질 않았다. 아침부터 시작한 인쇄 작업은 오후 늦게서야 겨우겨우 열 한 장의 PPT자료를 뱉어내며 끝이 났다.


사십 대의 내 체력과 기억세포처럼 느려진 기계들을 보며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고 하더니만 이제는 나와 정말 영혼의 단짝이라도 된 걸까.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자꾸 하나둘씩 날 닮아 노화하는 기계들을 보며 오늘 강의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지 자꾸만 불안했다. 강의 진행 중 갑자기 ZOOM에서 튕기는 건 아닐까, PPT화면을 잘못 송출해서 날려먹는 건 아닐까. 열심히 강의 멘트에 대한 스크립트는 썼지만 계속 버벅대는 것은 아닐까. 수강생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채팅창 글을 확인도 하지 않고 소통도 없이 혼자만 마구 멘트를 치며 달려가는 건 아닐까...끝도 없이 이어지는 걱정들!


기우였다. 일단 강의를 예상 시간보다 몇 분 빠르게 끝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수강생과 문답하는 시간으로 남은 시간을 채우며 무사히(?) 마쳤다. 걱정했던 것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예의상 하는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강의 잘했어요."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강의 듣고 나니까 서평 잘 쓸 것 같습니다."...등의 덕담을 들으니 '아주 형편 없지는 않았구나' 싶으면서 안도가 되었다.

이렇게 한 발씩 내딛으며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연습을 시작한 거라 생각했다.


우울했던 나의 20대 이전의 원가정의 지독한 가난과 발버둥쳤지만 그저그런 아무것도 아닌 삶의 터널을 지나

30대의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의 굴레 속에서 꼼짝할 수 없었던 날들을 지나, 50대가 오기 전에 뭐라도 하나 이뤄보려고 그나마 젤 자신있는 무한독서와 글쓰기로 채워가는 일상을 채워가는 지금.

나의 미혹됨의 끝은 어디일까?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知天命)가 오기 전 끝나기는 하는 걸까.

오늘 남들 앞에서 강의까지 진행하게 된 이 한걸음이 내 미래를 좀더 탄탄하게 만들어 줄 주춧돌이 되어 줄까.


끝도 없는 희망도 걱정도 아닌 번민 속에서 이 밤 잠 못 이루고 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정상 박동수를 회복한 나의 심장을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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