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신을 수영을 좋아하는 저질 체력 만화가라 소개하는 '씨유숨'이라는 필명의 저자가 직접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에세이다.
수영에 진심인 저자는 이미 관련 콘텐츠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 웹툰 연재, 수모 브랜드 '스웽키' 운영 등으로 수익 창출을 도모하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표지에서부터 저자의 만화그림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며, 핸드북 사이즈여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도 편하다. 또 전체 185페이지의 비교적 가벼운 분량이라 이동시간이 길고 평소 책 읽는 속도가 빠른 사람은 이동 중에도 충분히 완독이 가능하다.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 수영 입문기와 어엿한 수영인으로 거듭나서 수영의 권태기라는 '수태기'를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그림과 글로 지루함 없이 시원하게 서술하였다. 평소 약한 체력으로 일상생활이 힘들던 때가 있었음에도 운동을 미루던 저자는 친구들과 떠난 대만 여행에서 혼자만 뒤처지고 낙오되는 수차례의 경험 후에 충격을 받아 결국 '운동할 결심'을 한다. 어떤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어릴 때 다른 운동과 달리 재미를 느꼈던 '수영'을 하기로 했다고. 그러면서 저자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면 잘하려는 마음보다 흥미를 붙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본문 p.27)라며, 흥미 있는 운동을 찾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어느 정도 수영이 익숙해지자 프리다이빙에 도전했다는 저자는, 수압으로 인해 고막이 압착되는 걸 막기 위해서 몸속 공기를 이용해 내부적으로 압을 밀어주는 '이퀄라이징' 동작이 아무리 훈련해도 좀처럼 되지 않아 결국 자격증은 따지 못했지만, 물속에서의 2분 정도를 버틸 수 있게 되면서 물속 유영의 즐거움을 맛보았단다. 결국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장거리 수영을 하면서는 인생에 대해 생각했단다. "인생을 살아갈 때도 매번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는 것보다 글라이딩을 하듯이 대처한다면 힘을 조금 더 남겨 둘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머니까."(본문 p.157)라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물론 이제 삼십 대가 되었다는 저자와 그보다 훨씬 더 살아온 날들이 많은 나와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의 거리가 상당히 다르긴 하겠지만 매사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건 맞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좋아하는 게 많아지면 취향이 생긴다. 그리고 취향이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취향이 가득한 일상은 재미있다. 나 역시 수영을 만나고 삶이 더 행복해졌으니까."(본문 pp.181-182)라며 저자는 마지막까지 수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쏟아낸다.
나도 20대의 대부분을 수험생활을 하느라 '허리 디스크' 증상을 겪게 되고, 수영이 디스크에 좋다는 말에 수험생활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내면서 문화센터에 수영 강습을 3개월 받던 중, 이 책 초반부에 나온 수영 호흡법인 '음파음파'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자유형, 배영을 지나 평영 수업을 하려고 발차기 동작을 하는 순간 허리에서 '찌르르~' 감전되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더는 남은 기간 동안 수업에 나올 수 없었다. 디스크 환자는 자유형, 배영은 괜찮은데 평영이나 접영은 허리 힘을 써야 하는 거라 오히려 더 디스크를 악화할 수 있다고 수영 강사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길로 그냥 수영강습을 더는 받지 않아 지금은 수영장에서 몸을 띄울 수도 없다. 그냥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걷기'나 열심히 해보련다. 덥다는 핑계로 잠시 쉬고 있지만 그 사이 뱃살과 옆구리살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내일부터라도 당장 걸어보자! 나의 불청객 배와 옆구리의 살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