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을 처음 알게 된 건 대략 2016년 1월, 2월쯤이었다. 그 전까지는 독서는 좋아했지만 따로 기록하지 않았었다. 기록하지 않아도 희미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었던 청춘시절의 뇌였기에. 그러나 결혼, 출산 이후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그런지 뇌의 신경회로는 점차 단순해져만 갔다. 신생아기간이 지났음에도 종일 안겨서만 자는 아이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수불석권(手不釋卷)이 아니라 '수불석아(手不釋兒)'였다.
그 아이가 커서 어느 덧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하게 된 나는 지역 마을강사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했다. 함께 수강했던 마을강사들 중 마음에 맞는 인원들이 모여 관내 방치되다시피 한 교회 부설 작은도서관 활성화방안을 논의했다. 우선은 관리가 안 되어 도서관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시설 상태부터 고치기로 했다. 그래서 십시일반 손을 보태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관할 지자체에서 예산을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리하고 도서를 기증받아 제법 작은도서관의 외형을 갖추었다. 그 후 함께 도서관위원이 되어 도서관의 홍보와 대외적 활동 참여로 여러 공모나 지원사업에 신청하여 당선되기도 했다.
개인적인 사유로 3년여간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이곳 경기도의 한적한 마을로 내려오니 처음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언제까지 자책만 하고 있을 순 없었기에 집근처 공공도서관과 인연을 맺고 열심히 쉼터이자 일터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으로 인구가 적어 상대적으로 대출, 반납률이 높지 않아 안타깝지만 위치도 대로변에서 진입하기 쉽고 사람들의 왕래가 도심 속 여타의 도서관들보다는 덜 빈번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시설상태도 양호하다. 게다가 요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서 각종 문화행사 등을 통해 문화공간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한 도서관 환경에 책도 평소보다 열심히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직접 구매해서 읽으면 여유롭게 읽을 수 있겠으나, 공간도 가계지출액도 한계가 있다보니 도서관에서 자주 대출하여 읽었다. 그러나 정작 책은 많이 읽었으나 어느 순간 남는 게 없었다. 읽은지 얼마되지 않은 도서들의 제목까지 가물거릴 정도로. 그러던 중 어느날 <난폭한 독서>(저자 금정연, 2015, 마음산책)이라는 책을 읽었다. 서평 도서였다. 그 책에서 처음 '서평가'란 전문 서평가의 영역이 있음을 알았다. 막연하게 시인, 소설가, 수필가(지금은 '에세이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들어봤어도 '서평가'라니... 비평가와는 또 다른 영역의 글쓰기 전문가였다.
2006년에 시작했다가 뜸하게 게시물만 올리던 블로그 활동은 서울 사는 동안('2015~'2017)에는 '길벗어린이출판사'와 '북극곰출판사'의 서평단 활동으로 다시 활발하게 부활했다. 여러 유용한 정보나 여행 기록도 나름 열심히 올리곤 하였는데, 이후 또 잠시 블로그 활동을 게을리했다. 도심에서 변두리로 이사오니 여러 인프라부족으로 밖으로 돌아다니기 좋아하던 나는 쉽게 우울해져서 아무 의욕도 없는 무기력증에 빠졌었다. 그러다 집근처 공공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임시근로자로 8개월여간 평일에 일하며 책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만난 <난폭한 독서>(저자 금정연, 마음산책, 2015)를 읽고 나서 나도 서평을 열심히 써서 서평가가 되어야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대외적으로 나를 '서평가'라고 소개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책 한 권 정도는 써야할 것 같아서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올해는 훌륭한 멘토님도 만나고 출판사가 SNS에 띄워놓은 서평단 모집 공공에도 열심히 응모해 꽤 높은 당첨률을 올려서 내 평소 독서 소신인 '장르를 가리지 않은 유연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림책부터 과학,철학분야 도서들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올해만 서평 응모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만도 칠십여 권에 이른다. 그 중에는 작가가 직접 개별 DM으로 자신의 신간 도서에 대한 서평을 의뢰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서평을 열심히 쓰면서 개인SNS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주면 지인들의 비슷한 문의가 많았다.
"서평 쓰면 원고료 받아? 대략 얼마야?"
"없는데? 도서 제공 받는 게 원고료 대신인 셈이지."라고 하면 대부분 황당해했다.
"완전 노동력 착취네..."라는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내 만족이다. 책을 공짜로 받기 위해서도 뽐내기 위해서도 결코 아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내 글쓰기 연습을 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는 남이 써놓은 글을 분석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이 내겐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져서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내가 읽었던 독서이력도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기록하면서 독서내용을 다시 복기할수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서평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된 독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초서법을 저술활동에 이용했다. 초서(抄書), 즉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똑같이 옮겨 적는 것'을 독서법으로 삼았다고 한다. 서평을 위한 독서는 바로 이러한 초서의 방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중요 내용을 메모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래야 내용 파악도 용이하고 추후 서평 작성시 책 내용의 인용도 필수요소 중 하나여서 메모해두지 않으면 어느 쪽에 기록이 되어 있었는지 찾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회차부터 본격적으로 서평의 정의와 목적, 작성 요령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어줍잖은 이 서평 요령에 대한 연재가 혹시라도 서평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독자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