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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 Nov 14. 2023

목표의식 따위는 개나 줘 버려?!

-연재일을 지키지 못해 자책하는 슬픈 영혼

결국 쓰지 못했다. 본격적인 첫 연재글을 제 시간에 제출하지 못했다.

독자와의 약속을 져버린 것이다. 만약 출판사의 원고 청탁을 받은 입장이라면 매우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어쩌면 출간 계약을 파기할 상황까지 이를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신뢰에 금이 가는 순간이다. 뭐 비단 이번 뿐이겠는가. 애초에 나에게 신뢰감이 있기는 했나.


분명 연재를 시작하기 전 요일과 주제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브런치 관계자들이 설정해 둔 주의사항까지 읽고 동의하며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럼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또 마감시한에 쫓겨 결국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나의 연재는 한 주가 미뤄졌다. 사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까지는 '기어코 오늘 중으로 써서 어떻게든 올려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차피 연재일을 넘겨 올리면 연재로 인정이 되긴 하는 걸까. 급조된 글을 올리고 또 다음 연재일까지 전전긍긍하며 괴로워할 바에야 차라리 그냥 아예 다음 연재일까지 모른 척하며 버틸까? 여러 생각이 계속 뇌의 동굴을 건너 다닌다.


목표의식의 개념을 몰라서는 아니지만, 그냥 한번 AI에게 물어 보았다. '뤼튼'이 말하길,

"목표의식은 개인이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추구하는 의지나 자각의 상태를 말합니다. 목표의식은 개인이 자신의 욕구나 가치에 기반하여 어떤 결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적인 힘을 나타내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우며 행동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목표의식은 개인의 동기와 열정을 이끌어내고,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일러준다.

*연관링크

dentalnews1.com

med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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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아는 걸 내가 몰랐단 말인가. 아니 몰랐던 게 아니고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바로 '의지적인 힘'이 없는 것이다. 사실 비문(非文)이다. 의지면 의지이지 '의지적인 힘'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차라리 "의지력"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이렇듯 최근 여러 다수의 매체에서 'AI가 글도 쓰는 시대'라며 나처럼 아직 내 이름을  종이책 한 권도 출간 못한 예비작가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그러나 이렇듯 아직은 오류가 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엔 글 보다는 그림을 그려주는 이미지 컨텐츠를 만들 때 여러 AI앱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는 사람의 감정과 분석력을 반영한 고유한 자신만의 문장을 빚어내는 숭고한 작업을 위한 글쓰기를 그냥 오며가며 SNS에 답을 하듯 휘발성의 글만을 써도 될까? 늘 조심스럽다. 그러나 인생도 물 흐르듯 순리대로만 흘러가지 않듯, 각 잡고 제대로 써지는 순간도 있고, 조금 힘을 빼고 가볍게 쓰는 날도 있는 것이다.


이미 본업 외에 취미활동으로 너튜브 영상을 찍어 올리던 한 금융업계 회사원이 있었다. 그러던 그는 2년전 공중파TV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게 된다. 자신의 직업과 일상을 소개하는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의 그 방송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외모와 직장 상사를 격의없이 대하는 여유로움은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그는 방송 이후 구독자수가 급격히 늘게 된 너튜브를 더욱 활발하게 영상 제작 등 소통을 이어가던 중, 종이책도 냈다. 그가 방송에서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일컫던,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제목으로.


그런 그의 최근 영상을 점심 식사 중 시청했다. 자신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사는 동안 이사를 다녔던 집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삶을 돌아보는 내용. 그리고 그는 말했다. "내가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낸다는 기준이 있으니까 실패와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기대된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그것이 목표의식이라고 한다면-를 온전히 찾지는 못했나 보다. 애초에 글을 쓰는 목적이 남에게 보이기 위해, 입상을 하기 위해, 책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음에도 남들이 연재를 하고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하니까 나도 왠지 그들과 보폭을 맞추어야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제 제발 좀 편안해지자. 그렇다고 연재를 어기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겠다. 나의 미천한 글도 구독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니. 브런치스토리 관계자분들께도 민망하고...

다시 돌아가자, 초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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