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부르크 Harburg는 우리에게 좀 생소한 도시이다. 하르부르크를 가게 된 건, 로텐부르크를 가는 데이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로텐부르크는 개인적으로 가면 두 번을 갈아타야 해서 데이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로텐부르크 데이 투어는 오전에 하르부르크 성이 일정에 함께 있다. 뮌헨에서 북서쪽으로 로맨틱 가도를 따라 두 시간 채 안 걸려서 도착했다. 가는 도중에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성 입구에 도착했을 때 빗줄기는 약했지만 성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빗물에 반짝거리는 기와들, 강 너머에 보이는 마을은 옅은 안개에 싸여서 아련하게 보였다.
하르부르크 성은 11세기에 건축되어 18세기에 요새화 되었단다. 독일 중세 성의 형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18세기 독일에서는 성을 군사적 목적을 위해 요새를 건축하는 요새화하는 흐름이 있었단다. 요새화하기로 낙점된 성들의 공통점은 높은 곳에 위치해서 마을을 내려다본다. 적의 움직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알고 보면 호전적이라 슬픈 역사. 궁전이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곳이 되어버렸다니. 21세기에도 전쟁은 계속되기는 한다. 이런 물리적 요새화가 아니라 경제적 조치로 이루어져서 그렇지. 그러고 보면 사람은 다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는 양면적 본성을 지녔을까?
하르부르크란 어원은 '늪 위에 있는 성'이라는데. 성채에 포함된 건물들은 현대에 증축한 모습이 아니라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화려한 장식이 없는 돌로 이루어진 건물들에 성주 가문의 문장이 창문에 새겨져 건축 디자인처럼 보인다. 불필요한 장식이 없이 돌 건물 사이에 보이는 나무 난간에서 세월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다. 돌과 비슷한 색의 나무로 된 부속물들은 우직해 보였다. 가늘게 내리는 빗줄기로 돌의 본래 색이 더 짙어져서 묵직했다.
건물에서 건물 사이에는 회랑 같은 나무 복도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일단 입구로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좁은 복도를 따라 이동을 하게 동선이 되어 있다. 각 지점에 설 때마다 볼 수 있는 성의 일부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속에 속해 있으면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오류에 빠진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중에서 읽었던 에피소드 중에서 어떤 이가 비싼 차를 사서 타고 가는데 막상 차 안에 있으니 멋진 차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대리 기사를 고용해서 차를 운전하게 하고 밖에서 달리는 자신의 멋진 차를 감상했다고. 이처럼 성에 들어가면 성의 아름다움이나 견고함은 보이지 않고, 성을 이루는 요소의 일부만을 볼 수 있는데 이따금씩 성 밖으로 나오는 일에 게으름 피우면 자신만의 성에 갇혀 고독한 운명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개방된 성 내부는 홀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좁아서 수도원 같은 인상도 받았다.
성에서 나와서 전체를 조망하는 시원함을 누려보면
다른 질감과 모양의 돌들이 모여 하나의 건물을 이루고 나아가 성채 단지를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른, 이런 어울림이야 말로 인생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일. 다르다고 외면하지 말고, 다른 것에도 걸을 멈추고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잠시만 바라보면 내 삶의 색채는 다채로울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하르부르크에 다녀온 게 아니라 성 입구에서 내려서 성 내부를 보고 성을 빠져나오는 일정이어서 아쉬운 곳으로 남는다.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소환할 때마다 느끼지만 날씨가 흐리면 흐린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느낌이 다 다르다. 여행지에서는 막상 못 느꼈던 것들을 사진 속 날씨를 보면 오롯이 떠올라 여행에 좋은 날씨는 심리적인 것이지 필수 조건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