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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이 May 17. 2018

기둥들 이야기

내가 무얼 위해 사는지 헷갈릴 때


아주 작은 기둥 하나 있었네. 외로운 기둥은 말할 친구가 필요했네. 멀리 있는 기둥과 말하고파 몸을 쭉쭉 늘렸네. 저쪽 기둥하고 말하고파 선을 하나 달았네.

기둥 둘 행복했네.

작은 기둥들 있었네. 서로서로 얘기하려 선을 더 달았네. 기둥들 행복했네.

기둥들은 선을 달고 또 달았다네, 더 너머 저 너머의 기둥과도 얘기하고파.

선은 점점 좋아졌고, 무거워졌고, 다른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기둥들은 서로 이어져 있다네. 하지만 기둥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 무거운 선울 달고 몸을 쭉 뻗고 있느라 지쳐 버렸다네. 억지로 늘인 몸이 선 없인 고꾸라져 버릴지도 몰라 선을 내던질 수도 없지.

무거운 선에 짓눌려 이젠 생각조차 하기 힘드네.

외로운 기둥들은 이제 외로운 선 받침대들이 되었다네.


이 이야기는 친구와의 짧은 대화에서 시작되었다.

"전봇대들은 자기들끼리 무슨 얘기 할까?"

"쟤네가 지들끼리 얘기를 왜 해?"

"...."


물론 전봇대의 줄은 전봇대를 위한 게 아니지만,

내 주변을 둘러싼 물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가 나의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서로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노래하고, 더 많이 쉬는 삶을 위해 만들어진 많은 물건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물건들을 소유한 나는 그 삶의 모습으로부터 더 멀어져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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