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 양말들은 원래 자기 짝이 있었습니다. 무늬도 모양도 같은, 서로가 똑같은 한 짝이었지요.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다른 한 짝은 구멍이 나거나,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어요. 그러자 양말 주인은 이 두 녀석을 한 켤레로 신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뭐야!" 양말들은 기분이 몹시 나빴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녀석이랑 나를 한 짝으로 묶을 수가 있어?"
"옳소!"
"봐봐, 나는 끝이 빨간색인데 이 녀석은 아니잖아!"
"나는 줄무늬인데 저 녀석은 아니잖아!"
"오... 그런 걸 줄무늬라고 하는구나?"
"응! 나는 줄무늬 양말이야. 너는 줄이 없는 양말이구나?"
"그렇네! 나는 줄이 있는 게 뭔가 잘못된 건 줄 알았지."
"나는 줄 없는 게 이상한 건 줄 알았지. 그렇구나, 원래 그런 거구나."
화를 내고 나서야 양말들은 깨달았어요. 그 전엔 스스로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다른 짝과 같은 켤레가 된다고 해서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양말들은 전보다 특별한 '짝짝이 양말들'이 되었습니다. 양말 주인도 빨래를 하면 제일 먼저 집어 널어놓지요.
세상의 기준이 자기 자신이라, 그 외의 것들은 비정상이라고 부르며 증오하고 이간질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 그런 걸 줄무늬라고 하는구나? 이 한마디가 그리도 어려울까. 말도 안 되는 증오의 근거를 찾고 가져다 붙일 뿐이다. 이 세상 모두가 서로 달라서, 그래서 빛난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는 왼손잡이를 꺼림칙해하던 과거로부터 얼마나 멀리 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