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질까 두려워질 때
토끼들 무리 사이에, 조금 특이한 토끼들이 있었어. 다른 토끼들은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는데 이 토끼들은,
아가가 그린 그림에서 태어났거든!
운명이 왜 그런 마법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토끼들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일이었어. 귀도 쫑긋쫑긋 못 하고 늘 절뚝절뚝 걸어야 했거든.
다른 토끼들은 그 토끼들을 절뚝이 토끼라고 부르면서 좋아했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 늘 신나는 일이었거든. 그리고 늑대가 쫓아올 때 절뚝이 토끼들보다만 빨리 뛰면 되었거든.
지친 절뚝이 토끼들은 생각했어. '늑대보다 빨리 뛸 수 없는데, 어떻게 늑대를 피하지?' 그리고 한 똑똑한 토끼가 방법을 생각해냈지. "늑대가 우리보다 크니까, 좁은 땅굴을 파서 숨는 건 어떨까? 게다가 우린 앞발이 커서 땅을 잘 팔 수 있을 거야!"
절뚝이 토끼들은 이 방법을 다른 토끼들에게도 말했어. 힘을 합쳐 땅굴을 파자고. 하지만 다른 토끼들은 절뚝이 토끼들을 무시하느라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어.
"누구 좋으라고?"
"너네가 더 빨리 뛰면 되잖아!"
결국 절뚝이 토끼들만 모여서 땅굴을 파기로 했어. 하지만... 절뚝이 토끼들은 땅굴을 다 파기 전에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어. 그리고 가장 뒤쳐진 토끼보다 빠르게 뛰는데만 익숙해진 다른 토끼들도 더 느린 순서대로 잡아먹히고 말았지.
같이 땅굴을 팠으면 좋았을 텐데, 참 안타깝지? 하지만 어쩌겠어. 토끼들은 너무 멍청했는걸.
어쩌다가 뒤처지게 된 이들에게 더 빨리 뛰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그 자신도 가장 뒤에 남겨질까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비록 달리기에서 뒤처졌을지라도 더 뛰어날 수도 있는데, 뒤쳐졌던 그 사실 때문에 모두가 더 쉽게 뛰는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는데. 뒤쳐진 이들을 한 번이라도 돌아봤다면, 그들을 나라고 생각했다면. 어쩌면 우리 모두 더 이상 두려움에 떨며 뛰지 않아도 될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