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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Oct 21. 2023

‘벤츠’를 사 봐서 다행이다

이걸 지금 사야 돼?

두바이는 기름과 자동차는 싼데 택시비는 비싼 희한한 나라다. 오늘 두바이로 파견된 친구가 어떤 차를 살지 물어보길래 2년 동안 2번의 차를 샀던 경험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차에 대해 더 무지했다. 내가 아는 건 SUV는 큰 차라는 정도? 낯선 땅에서 혼자 차를 구매할 엄두가 안 났지만, 코로나가 풀리고 매일 출퇴근 택시비로 6만 원씩 지출할 생각을 하니 중고차라도 하나 사는 게 낫다고 판단됐다. 마침 한국인 커뮤니티에 폭스바겐이 올라왔다. 나에겐 충분히 멋진 독일 외제차였고 가격도 저렴해서 차 구경을 한 당일, 거래를 맺었다. 하지만 나는 몇 개월 뒤 그 귀여운 폭스바겐을 팔았다. 그 시발점이 된 세 개의 상황이 기억나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대화다.

 

첫 번째, 동료와의 대화.

“너 독일차 좋아해? 그럼 왜 벤츠 안 사고 폭스바겐 샀어?”

그의 차가 벤츠였기 때문에 그냥 “너 차 멋지다!”하고 웃어넘겼다.


두 번째, 거래처와의 대화.

“차 어디 있어요? 저 빨간색 벤츠죠?”

미팅 후 팀원과 나를 배웅해 줬는데 내 차는 그 옆 회색 폭스바겐이라고 하자 살짝 당황해했다. 그 빨간색 벤츠는 내 팀원의 차였다.


세 번째, 꼬마 아이와의 대화.

“이모 차는 뭐예요? 저는 벤츠 좋아해요~”

책 거래로 인연이 되어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부부의 유치원생 아이가 순수한 눈망울로 물어봤고, 벤츠는 아니라고 답하자 실망하는 눈치였다. (내 아이는 어렸을 때 화려한 도시보다 자연 속에서 키울 생각이다.)


그 뒤로 한 동안 길거리에 벤츠만 보였다. 심지어 폭스바겐보다도 훨씬 더 많이 보였다. 그래도 난 꿋꿋하게 내 차를 잘 타려고 했다. 사장님과의 어느 대화가 있기 전까지는.

“너 차 구했다며? 뭐 샀니?”

폭스바겐을 샀다고 말씀드리자 역시나 의외라는 듯 표정을 지으셨다.

“두바이는 자동차 종류도 훨씬 많은 데다가 가격도 쌀 텐데, 차를 별로 안 좋아하나 보구나?”

그냥 차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궁금하신 듯 물어보셨다.

“그럼 지금 네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건 뭐야? 코로나로 여행도 힘들 테고. 너는 지금 두바이 삶을 어떻게 최대치로 살고 있어?

영어로는 정확히 “Then, how are you maximizing your life now?”였다.

그다음 내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삶을 최대치로 산다? 그 표현 자체가 생소했지만, 내가 살고 있던 방식은 삶을 극대화 (maximize life) 시키기보다 비용 최소화 (minimize cost)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나는 3개월을 기다려, 나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받은 하얀 벤츠 쿠페를 구매했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하기 더 어려워질 것들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기로 했다.



1년 만에 차를 바꾼 것이 옳은 선택은 아니었을 수 있으나 나에게는 잘한 선택이 되었다. 그때 그 돈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높은 확률로 여러 가지 자잘한 것들에 조금씩 흩뿌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쓰지 않고 모았더라도 한국에서 언젠가 벤츠를 사기 위해 쓰이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평생 이클 AMG 쿠페는 안 샀을 것 같다. ‘두바이 있을 때, 젊었을 때, 싸고 가능할 때, 그때 한 번 타 볼걸’ 하며.


한국에 돌아와 이때의 기분을 종종 잊게 된다. 돈을 어떻게 안 쓰지 보다 어떻게 잘 쓸지를 고민하는 게 덜 후회스럽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었는데. 희한하다.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돈을 모아야 되는 분위기랄까. 지금 현재라서 더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 삶의 기대치를 스스로 낮추지 않으면서.

삶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첫 번째,
삶의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건 두 번째다.
Maximize your life first,
before minimizing your cost


일단 오늘 내 삶의 극대화를 위한 투자는 브런치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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