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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네 Oct 20. 2023

‘모기’의 유혹

땀을 안 흘릴 수는 없고

한 달 전, 자카르타 맹그로브에서 모기에 물렸었다.

아직 9월이라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나는 날씨였지만, 숙소 5분 거리에 15,000개 넘는 후기가 있는 맹그로브 자연보호 구역이 있길래 모자와 긴팔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역시나 몇 걸음 걸으니 땀이 나기 시작했고, 무의식 중 옷소매를 걷어 올린 그 짧은 순간, 모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나에겐 성가신 땀이 모기에겐 꽃 같은 존재였나 보다… 맹그로브에 입장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나의 온 신경은 1cm 동그라미에 집중되었다.


‘절대 긁지 말아야지. 몇 초만 참으면 가라앉을 거니까. 지금 긁으면 몇 초 뒤 후회할 거니까.’

하지만 이러한 다짐이 시작되는 동시에 이미 내 검지는 동그라미를 무차별적으로 파헤치고 있었다. 1초마다 더 가려워졌고, 그때마다 참아야지 다짐했지만 내 손가락은 초 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내가 여기까지 땀 흘려 온 이유,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맹그로브에 집중하고 싶은데 시원한 물이 나올 수돗가만 찾고 있는 심정이란… 근처에 보이는 물은 나무뿌리가 치솟고 있는 진흙 물 뿐이었다. 결국 후기에 아무리 빨리 돌아봐도 몇 시간은 소요된다는 99.82 헥타르 (약 3000평) 규모의 맹그로브 공원을 나는 한 시간도 안 되어 나와버렸다. 그리고 지금 기억나는 것은 맹그로브가 아닌 그 모기 …




그 모기는 내가 자카르타에 있는 일주일 내내 나를 귀찮게 했다. 몇 분만 참으면 가라앉을 그 물림은 몇 시간 동안 나를 신경 쓰이게 했고, 긁으면 긁을수록 더더욱 참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하도 긁어서인지 나중엔 딱지 같은 상처까지 남았다.

그때 그 긁고 싶은 유혹을 몇 분만 참았더라면? 그러면 다음 날 또 참지 않아도 됐었겠지. 그리고 지금 ‘ㅁ’의 ‘모기’가 아니라 ‘맹그로브’를 쓰고 있었겠지?


오늘 하루도 바쁘게 움직였다. 확실히 가을이 되었지만 오늘만 해도 하루종일 수많은 모기의 유혹이 있었다. 아침에는 5분만 더 자고 싶은 유혹, 점심 식사 후에는 모닝커피에 이어 또 커피를 마시고 싶은 유혹, 오후에는 당 충전을 위해 초콜릿 딱 한 개만의 유혹, 저녁에는 그냥 앉아서 핸드폰을 보며 쉬고 싶은 유혹. 이런 유혹들을 참지 못하고 긁어버렸다면 아마 내일은 5분이 아닌 10분만 더 자고 싶을 유혹, 오후에는 커피와 초콜릿에 + 과자까지 먹고 싶을 유혹, 저녁에는 앉다가 스르르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싶을 유혹에 참기 더 힘들었겠지. 그리고 몇 달 뒤에는 늘어난 뱃살이든, 건조한 피부든, 안 좋아진 시력이든, 모기 물린 자국처럼 몸과 마음에 자국이 생겼을지 모른다.


어디론가 열심히 땀 흘려 걸어가다 보면 모기에 물릴 수 있다. 그렇다고 모기에 안 물리기 위해 집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우면 더울수록 찾아오는 모기. 하지만 그 순간의 유혹을 참고 무시하고 내버려 둬야 다음 날 더 큰 유혹도, 상처도, 기억도 없을 모기.


지금 긁으면 내일은 더 힘들게 참아야 하고,
내일 긁으면 모레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아, 열심히 글 하나 썼다고 단게 땡긴다. 하나 먹으면 더 참기 힘들어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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