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비행과 문학

by 너일론

| 생텍쥐페리


생텍쥐페리를 좋아한다. 그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실제로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였다. 프랑스와 아프리카를 잇는 우편연락기를 조종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그를 동경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전세 복엽기를 타고 그가 남긴 비행궤적을 따라가 보기도 했다. (그의 생텍쥐페리 추적기는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을 쓰는 조종사가 되고 싶은 내가 생텍쥐페리를 우상으로 삼은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조종사는 극한직업이었다. 비행 중 결함이 생기면 벌판에 비상착륙해 수리하고 다시 임무를 계속했다. 자체 수리가 불가능하면 후발기의 도움을 받아 고쳐야만 했다. <인간의 대지>에는 비상착륙에 대비해 지도에 나오지 않는 개울과 민가의 불빛, 들판의 나무들과 같은 지상참조물에 대해 배우는 사실적인 묘사가 등장한다.


그도 자연히 사막에 몇 차례 비상착륙을 하게 되고, 무어인이 습격해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사막의 밤을 견뎌냈다. 그 경험들을 토대로 쓴 것이 <어린 왕자>와 <야간비행>, <남방우편기> 그리고 <인간의 대지> 들이다. 극한환경에 처한 저자가 실제로 본 환영을 모티브로 쓴 작품이 <어린 왕자>가 아닐까 하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 인간의 대지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은 단연 <어린 왕자>지만 조종사로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인간의 대지>다.


“밤이 너무나 아름다울 때면 비행 중인 우리는 비행기가 제멋대로 가도록 내버려 둔다. 거의 조종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비행기는 차츰 왼쪽으로 기운다. 오른쪽 날개 아래로 마을이 보일 때면. '비행기가 아직 수평 상태로구나.' 라고 생각한다. 사막에는 마을이 있을 리 없는데. 그렇다면 바다의 고기잡이 배인가 보군.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고기잡이 배가 있을 리 없는데... 그렇다면? 그제야 착각임을 깨닫고 웃어넘긴다. 부드럽게 비행기를 바로잡는다. 그러면 마을이 제자리를 찾는다. 떨어뜨렸던 별자리를 하늘에 다시 화려하게 장식한다.”


우편연락기로 장시간 야간비행을 하다 보면 조금씩은 조종간에 힘을 풀었으리라. 그러다 오른쪽 날개 아래에 불빛이 보이면 마을인가? 배인가? 싶다가도 아 별이었구나! 하는 것이다. 하늘에 있어야 할 별이 오른쪽 날개 아래에 보이는 것 보니 비행기가 왼쪽으로 기울어졌구나 하며 다시 조종간에 힘을 주어 수평상태로 만든다. 이런 단순한 일을 “떨어뜨렸던 별자리를 하늘에 다시 화려하게 장식한다”는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생텍쥐페리는 전쟁에도 참전했는데, 혼자 정찰임무를 나가서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의 발목에서도 어린 왕자처럼 노란빛이 반짝였을까?


새로운 생텍쥐페리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현대의 조종사들이 쓴 글과 책을 찾아 읽어본 적이 있지만 늘 만족하지 못하곤 했다. 과연 생텍쥐페리를 넘어서는 조종사 작가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