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구여행기 #2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TSUTAYA Bookstore

by 너일론

TSUTAYA Bookstore

서울의 날씨가 무척 추웠던 날, 쿠알라룸푸르로 떠났다. 평균기온 0도인 곳에서 30도가 넘는 나라로 넘어간다. 해외출장은 시차도 문제지만 온도차 적응도 큰 어려움이다.


말레이시아의 연방직할시인 쿠알라룸푸르는 '흙탕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두물머리쯤 될 이 곳엔 일본계 서점들이 크게 들어와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인 쌍둥이 빌딩(페트로나스 트윈타워)에 있는 키노쿠니야 서점과 더불어 유명한 곳이 츠타야 서점이다.


TSUTAYA BOOKSTORE

Lot L1-11-15, Level 1, Intermark Mall, 348, Jln Tun Razak, Kampung Datuk Keramat, 50400 Kuala Lumpur


츠타야 서점은 쌍둥이 빌딩에서 동쪽으로 1.2km 정도 떨어져 있다. 20분 남짓 걸어가면 되지만 30도가 넘는 기온에는 쉽지 않다. 다행히 5천 원 정도면 에어컨 나오는 차를 탈 수 있어 그랩을 부르는 호사를 부려본다. 행선지로는 인터마크몰을 입력하자.

Floor 1에 위치한 곳이라 바로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에스컬레이터로 한 층 올라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학 베스트셀러 매대의 한 가운데 위치한 한강의 <We Do Not Part; 작별하지 않는다>가 눈길을 끈다. 옆에 있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다.

외국에서도 서점이 보이면 괜히 들어가 보곤 한다. 알 수 없는 말로 된 책들을 읽을 수는 없지만 특유의 무게감이 좋아서다. 서점의 문을 여는 순간 중력이 달라지고 공기마저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도 나의 눈길을 끄는 건 문구코너다. 문구점이 아닌 서점의 문구코너에서는 늘 의외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츠타야 서점은 아이폰과 겜보이의 분해액자로도 유명하다. 기념비적인 모델인 아이폰 3GS와 4가 분해된 상태로 액자에 들어가 있다.


스티브 잡스의 명언, "Stay hungry, Stay foolish."가 적혀 있는 이 액자는 전시품이 아니라 659링깃이라는 판매가격이 있다. '우리 돈으로 치면 21만 원 정도구나.' 하다가 '이걸 사서 조립하면 쓸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본다.

지문이 하나도 묻어있지 않을 것 같은 유리장 안에는 카웨코와 라미, 쉐퍼 등의 만년필들이 무게를 잡고 있다. 첫 만년필이었던 라미 F가 너무 두껍게 써져 손이 잘 안 가는데, 최근 저렴한 프레피 EF로 조금씩 적응해 보고 있다.


사실 나에게 있어 만년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압차로 인해 잉크가 샐 우려가 있어 비행기에 갖고 타기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매번 잉크를 비워주거나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부러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것이 유한계급의 취미라지만 일하러 가면서까지 변수를 하나 더 늘리고 싶진 않다.

드디어 친숙한 문구코너가 나왔다.


츠타야 서점 자체가 일본계여서이기도 하겠지만 로프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일본 쪽 문구가 상당히 많다.



지우개와 연필, 봉투로 구성된 일본벚꽃(사쿠라)의 작은 코너도 있었다.


사쿠라 연필이 특이한데, 단면이 별모양처럼 생겨서 연필밥의 모양이 꽃잎처럼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품을 카피했는지 비슷한 형태로 나온 연필이 있었다. 그 제품은 필기감이 상당히 좋지 않았었는데 이건 어떨지 궁금해 장바구니에 담아본다.

노트 코너의 일부다. 트레블러스와 로이텀, 미도리, 롤반 등의 브랜드들이 눈에 띈다.


눈독 들이던 트레블러스 세트를 살까 했는데 국내 가격보다 더 비싸서 눈으로만 구경했다. 원래도 비싼 노트이긴 한데 스타터세트가 거의 1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이 브랜드의 황동 제품군도 좋아한다. 이번에는 집게를 하나 사 왔다.

다꾸 하는 분들에게는 필수품인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도 상당히 다양하다.


꾸미기보다는 기록 위주로 플래너를 사용해서 잘 안 쓰지만 스티커 몇 개를 집어 들었다. 나는 이제 문구여행기를 쓰는 사람이니까.

2025년 플래너를 할인판매하는 코너도 있어서 트레블러스 스티커와 미도리 다이어리를 30% 할인하는 가격에 사 왔다. 미도리의 종이 질이 궁금해 노트로 써 볼 생각이다.


일본 다이어리는 일주일의 시작이 월요일부터 된 제품이 많아 적응하기 어렵다. 우리는 일주일을 월화수목금토일로 외우면서 왜 달력은 일요일부터일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츠타야서점의 전체적인 문구코너의 모습이다.


가까운 쪽으로 할인상품과 시즌상품이 있는 특별매대가 있고 벽 쪽으로는 노트코너가, 가운데 쪽으로 아기자기한 문구들이 있다.


연필은 아쉽게도 많지 않았고, 일본계 브랜드의 노트와 다이어리, 스티커 등은 눈호강할 정도로 많았다.

츠타야 서점은 책 50%, 문구 30%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20%는 IVY TOKYO라는 카페가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다.


바리스타가 있는 공간 뒤쪽으로 테이블도 있어서 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이 쉬어갈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츠타야 서점에서 사 온 문구들의 목록이다. 오피스 스티커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참고로 1RM(링깃)은 2025년 현재 대략 330원 정도다.


1. 트레블러스 노트 001 - RM 16.80

2. 미도리 다이어리 B6 Slim - RM 62.70, 30% 할인

3. 트레블러스 스티커 - RM 47.00, 30% 할인

4. IPPAI 스티커 - RM 21.00

5. 트레블러스 황동 집게 - RM 78.40

6. 오피스 스티커 - RM 26.88

7. 사쿠라 연필 - RM 42.00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문구를 선호하는 편인데 말레이시아까지 가서 일본 문구를 사 오다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말레이시아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연필을 보유한 나라다. 이 번에는 날짜가 맞지 않아 영접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소개해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