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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Feb 07. 2022

왜 하필 중환자실에서 일할 까

어쩌다 중환자실 의사

며칠 전에도 크게 아픈 아기를 만났다. 열심히 치료했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작은 천사를 보내고 말았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위독해진 아기여서, 또 너무나도 좋은 부모님들과 대화를 많이 해서 유독 힘들었다. 일을 하면서 중간에 “아! 여기에 있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 심각한 상황도 많이 있었는 데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한 동료들도 많이 울었다. 많은 친구들 가족들 동료들부터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

나의 멘토와도 상담을 했다. 지켜주지 못한 아기들 때문에 내가 앞으로 도와줄 아기들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다시 힘차게 나아가기로 더 많은 아기들과 가족들을 도와줄 수 있기를 바라기로 결심했다.


어렸을 때는 간호사가 되기를 바랐다. 선생님, 교수님, 그다음에는 의사를 꿈꾸었다. 처음에는 정신과 그다음에는 응급의학과를 원했다. 그러다 내과도 곁눈질해보았다. 결국 소아과를 거쳐 신생아중환자실에 안착했다. 가끔은 왜 좀 더 편한 직업, 편한 과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이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삶의 첫 발자국을 내딛는 작은 아기들을 제일 처음에 도와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 곁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가로지르는 아기들을 삶의 곁으로 조금씩 당겨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다만 그 힘이 부족해 결국은 죽음으로 가는 아기들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또 슬퍼하는 부모님들을 안아줄 수밖에 없어서 그에 따른 슬픔도 온전히 내 몫이라서 눈물이 많은 나에게 더 많은 눈물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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