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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Aug 16. 2021

병원이 고소당했다. 난 증인이다.

생애 처음 법정 진술. 그것도 줌(ZOOM)으로…

병원 법률 팀에서 법정 출두 공문이 왔다고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당황스러운 “ You have been served.” 가 아닌 이메일로 받으니 황당함이 더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정확히 말하면 55 이상의 미국 의사들은  이상이 고소당해  경험이 다고 한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일어나리라고 생각했다. 잘잘못을 떠나 생명을 다루는 나의 일. 또 소아과 출생부터 거의 20세까지 고소가 가능하다. 고소당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교수 직함을 달고  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 이제야 법정으로 가다니.( 게다가  고소에 연루된 산부인과 의사의 출근 첫날 일어난 일이다. 그와 같이 일할 때마다 서로를 보며 우리 같이 일하지 말자고 웃으면서 말하곤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함께 힘든 일을 겪어서 같이 일하는 날이면 항상 반갑다. 그와는 동지(?) 정이 생겼다.)

그날 태어난 아기는 이미 죽어 있었다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아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와 조부모 아기가 병원과 산부인과의 잘못으로 죽었다며 소를 제기했다. 나는 아기를 진료한 의사로서 증인으로 출두하라고 연락이 왔다.


물론 내가 고소당하지않았다. 하나 법정에 나가서 진술한다는  생소하다. 걱정이 앞섰다. 혹시나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진술이나 추측으로 병원이나 다른 의사들, 같이 치료한 동료들을 곤란하게  수도 있다.  이미 애도하고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부모와 조부모를 더 아프게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병원 법무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다. 질문을 예상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연습했다. 상대편 변호사는 나의 진료 방법, 지식, 경험이 없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법정 서기가 기록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조심해야  것 또 진술해야 하는 방법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 후로 몇 번이나 이 케이스 자체를 무효화시키려는 병원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법정에 출두해 (실제로는 줌 화상 법정으로) 진술을 해야 하는 날짜가 잡혔다. 조금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진술을 준비했다. 시간에 맞춰서 줌으로 로그인을 했다. 아니니 다를까 내 동료는 여전히 진술을 하고 있었다. 우리 병원 변호사는 나에게 로그 아웃을 권고했다. 내 동료의 진술을 듣지 않는 것이 옳다고. 한참을 기다렸다. 우리 병원 변호사는 상대편의 변호사가 의학을 잘 모르는 데다가 고약한 심성을 가진 것 같다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로그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산부인과 측 변호인과의 간단한 질의가 끝났다. 상대편 변호사의 차례가 왔다. 그에게 두 시간 동안 탈탈 털렸다. 나중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자 끝이 났다. 그는 무례하고 의학 지식이 거의 없는 데다 내가 실수로 잘못된 진술을 하도록 같은 질문을 계속 해댔다.

변호사 친구들은 그건 자주 있는 일이고 하나의 전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도 영화에서만 보던 법정진술과는 상이하게 달랐다. 당황스러웠다. 나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변호사가 살짝 밉기까지 했다. 어찌어찌 진술을 마치고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동정과 위안을 받고 나서야 좀 진정할 수 있었다. 진술한 내용을 기록해서 보내주면 확인하고 사인하라고 하더니 몇 주 째 연락이 없다.


줌으로 진술해서 더 나았던 건지 아니면 나빴던 건지 알 수 없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그런데 최근에 또 병원 법률팀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우리 의료팀 중 한 명이 고소당했다며. 내가 아기 사망서를 사인한 의사이니 의논하고 싶다고. 케이스를 다시 확인해 보니 다른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였다. 내가 고소당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진술해야 할지 아닐지는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병원 변호사와 또 화상으로 만났다. 케이스를 준비하는 데 의학적 소견을 건넸다. 마지막에 회의를 마치는데 그녀는 나와 대화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고 하면서 환히 웃었다. 나도 그녀가 좋았다. 그런데 이런 일로 다시는 보지 말자고 진심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다시 법정에 끌려 나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무엇보다 나의 실수로 작은 아기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나로 인해 덜 아프고 건강해진 아가들이 더 많기를… 앞으로도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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