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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Feb 08. 2024

고가도로에 올라서니 설산이었다*

<설국>인용

출근 중이었다. 매일 타던 고가도로를 탔다. 아! 하고 탄성이 인다. 저 멀리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매일 보던 산이 눈으로 뒤덮여있었다. 가끔 비가 오면 꼭대기에 눈 모자를 쓰기는 했다. 하지만 산 전체가 눈. 거대한 눈 덩어리가 되어있었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에 산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처음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기록적인 가뭄이었다. 몰랐다. 원래 비가 잘 오지 않는 지역이라 여겼다. 비를 본 적이 일 년에 열 손가락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비가 좀 오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황색의 캘리포니아가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더 자주 오자 여기가 캘리포니아인지 하와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온통 초록 동색. 아름다웠다.

지난 며칠 동안 심하게 비가 왔다.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집에 비가 샌 것 같다. 걱정은 되지만 푸르른 캘리포니아의 미래가 기대되어 설레었다. 그러다 그 설렘이 초록색이 아닌 하얀색으로 답해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전경이었다. 설산이라니. 게다가 고속도로에서 내려 병원으로 향하자 설산만 보였다. 거의 매일 출근하느라 수천번도 봤을 그 도로 끝에는 산이 있었다. 어떻게 단 한 번도 몰랐을 까. 저기에도 산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본 산, 그것도 설산으로 나의 아침이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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