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에는 눈이불을 선사해 주고 저산에는 초록색을 선물해 준 비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 중이었다. 개인적으로 큰 일을 있어서. 벨라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늦을 세라 급히 차를 몰았다.
"사랑해, 벨라야!"
차에서 폴짝 내리는 아이의 뒤통수에 큰 소리로 외쳤더니, 고개를 휙 돌리며 답한다.
"나는 더 사랑해요, 엄마!"
매일 하는 말, 매일 듣는 말인데도 왜 이리 뭉클할까.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지 마음이 좋지 않아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무슨 정신으로 차를 몰았는지도 모르겠다. 평소보다 차가 덜 막혀 여유롭게 병원에 도착하겠다 하고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눈도 마음도 시원해졌다.
지난밤 세차게 내린 비로 집안팎이 촉촉했다. 한동안 잔디에 물을 주지 않아도 푸르른 색이 온 동네를 뒤덮을 정도로 이례적인 비가 자주 왔다. 그 비가 높은 산에는 눈을 뿌려준다는 것은 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씨가 저 높은 산에는 새하얀 눈이불을 내려주고 낮은 언덕에는 새파란 초록색을 촤르륵 깔아준다는 것은 잊었다. 같은 물방울이 내려와 어떤 곳에서는 하양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푸르름을 선물해 주는구나.
어쩌면 내게 내려진 아픔과 괴로움도 내가 낮은 자세로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푸르름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이 시간을 돌이켜보며 기우였기를 더 나은 미래에서 지금의 나를 기억하며 가만히 안아줄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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