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대화, 그리고 기다림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는지는 온전히 아이가 결정할 수 있다. 부모는 그저 아이와 함께해 주고 같이 있어주면서 그 감정을 헤아려줘야 한다.
“진짜 기분이 이상하고 무섭지? 그렇게 느껴도 괜찮아.”
“00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속상하지? 엄마/아빠도 그래.”
“화가 나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아. 00가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나도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어. 안 일어났으면 했고.”
감정을 헤아려준 뒤에는 우리가 함께 이겨낼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부모가 강한 집념을 가지고 굳게 마음을 먹으면 아이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살다 보면 이렇게 힘든 일이 가끔 있을 수도 있지. 이번에도 이겨내야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지.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이뤄낼 수 있겠지.”
“내가 지금 무너졌다고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이겨낼 수 있다는 것도 알잖아? 일어설 수 있어.”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잖아. 난 잘 이겨냈고 이번에도 그럴 거야. 조금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이겨낼 수 있어.”
내 마음을 다스렸으면 이제 아이의 마음을 돌봐줄 차례다. 아주 어린아이들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적당히 아이의 수준에 맞게 대화를 시도해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관한 불확실성이다. 사실대로 말해주되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마다 이해도나 그전에 있었던 경험에 차이가 있으므로 부모가 잘 고려해서 선택한 정보를 잘 전달해 주는 것이 좋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불변의 진리처럼 서두르지 말고 함께 이겨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보고 가끔은 한걸음 더 나아가도 되고 가끔은 조금 쉬어가야 한다.
자세히 이야기하기 어려웠다면 다음 날 다시 시도해도 좋다.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하는 것은 어렵다. 부모도 사람이고 우리는 모두 실수를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진다. 처음의 시도가 잘 되지 않았더라도 다음 날 또는 다음 주에 다시 시도해도 된다. 천천히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은 예상할 수 없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잘 이야기해 주면 좋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잘 이해해 주고 어른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따듯하게 감싸주자. 두리뭉실한 말로 감정을 버무리기보다는 ‘슬프다’ ‘당황스럽다’ ‘어이없다’ ‘무섭다’ ‘끔찍하다’ ‘무기력하다’ ‘화난다’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그 감정을 이해하고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아이는 어른들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 늘 조심해서 말해는 것이 좋다. 아이가 괜한 오해를 하지 않게 전화통화나 누군가와 대화할 때 항상 조심하고 들었다면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추는 것보다 솔직하게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이가 그 일에 대해 대화하기를 거부하면 그 사실조차 받아들여주자.
“네가 굳이 원하지 않으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좋아. 준비되면 알려줘. 그래도 나중에는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 해. 지금 당장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해. 다음에 이야기하자.”
“이런 이야기하기가 좀 힘들지? 엄마/아빠도 그래. 무서운 일이라 다시 이야기하기 힘들지? 괜찮아. 다음에 이야기하자.”
아이가 대화를 원하지 않더라도 엄마/아빠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감정을 엄마/아빠가 이해해 주며 함께하고 있음에 안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