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더해 가치관을 만들자
핸드폰만 들여다봐도 부러움이 샘솟는 세상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아예 모르는 사람들 또는 유명한 사람들의 일상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나의 소소한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나이가 꽤 든 우리도 그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들도 SNS를 쓰기도 하고 문자나 인터넷상으로도 많은 것을 보고 듣는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본을 보여야 할까.
주변이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할 때, 부모로서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자. 우선 잠시 멈추고 받아들이기 전에 생각하는 과정을 꼭 갖는 게 중요하다. 무방비로 그저 받아만 들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기에 부모가 모범을 보여서 아이도 따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핸드폰에서 내가 꿈꾸던 휴양지로 가족 여행을 간 친구의 사진과 비디오가 계속 뜬다.
‘우와! 진짜 가고 싶었던 덴데 온 가족이 다 같이 갔네. 저기 가려면 진짜 비쌀 텐데 어떻게 온 가족을 다 데리고 갔지? 진짜 대단하다. 와! 이 미슐랭 레스토랑 음식 좀 봐. 진짜 맛있겠다. 매일매일 저런 데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구나. 오! 상어랑 가오리랑 스노클링도 하고 보트도 타고 정말 좋았겠다. 나는 올해도 휴가 못 갈지도 모르는데… 정말 부럽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이렇게도 한 번 말해보자.
“다 같이 여행을 갔는데 애들은 재미있었을까? 너무 희한하고 예쁜 음식들만 나와서 아이들 입맛에 맞았을지 모르겠다. 지난번에 우리 가족 휴가 갔을 때는 아이들 좋아하는 위주로 맛집에 다녔는 데 나도 정말 맛있게 먹었잖아.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멋진 휴양지 가는 걸 좋아할까? 너무 멀리 가서 아이들이 비행기에서 힘들었을 수도 있었겠지. 이런 사진이나 비디오는 그 순간만 나오는 거야. 휴가 내내 즐겁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아이들이 부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자주 듣고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이들도 부러운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고 나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그저 부러워하는 대신 자신의 생각을 더할 수 있지도 않을까. 아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
아이와 옷을 사러 갔는데 요새 유행하는 크롭티에 관심을 보인다. 무작정 이렇게 노출이 많은 옷은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고만 싶다. 안 사주겠다고 버티고도 싶다. 하지만 이렇게 대처한다고 아이의 관심을 거둘 수 있을까. (아마 집에서는 안 입지만 밖에서 몰래 갈아입을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
그렇다고 소리 지르고 강요하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 그저 이런 옷을 입지 않아도 예쁘다고 거짓을 전하기보다 관심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덧입히는 모습을 보여주자.
“오… 요새는 이렇게 배를 살짝 보이는 크롭톱을 많이 입는구나. 신기하다. 이렇게 입으면 좀 더 힙해 보이나? 친구들 다 이렇게 입어? 요새 학교에 있는 애들 다 이거 입어? 맞아, 어떤 때는 이렇게 입는 게 멋져 보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입는 게 예쁠까? 아니면 좀 다른 옷도 예쁘게 입을 수 있을까? 다른 옷들도 한번 보자. 엄마 어릴 때도 배꼽티가 잠깐 유행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는 배꼽티라고 했어 크롭톱이라고 안 하고. 진짜 유행은 돌고 도나 봐.”
크롭톱이 좋다 안 좋다를 말하거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좋다 안 좋다를 논하지 말자. 이렇게 우리가 말한다고 해서 아이가 곧바로 우리의 의견을 따르거나 바로 마음을 바꾸지는 않는다. 유행하는 것을 그저 따르지 말고 자신의 가치와 맞는지 또는 나에게 맞는지를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뭐든지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과정을 한 번씩 갖게 도와주자.
아이들의 세상을 부모가 완전히 알기도 또 통제하기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고 새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배우게 돕자. 주위에 있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를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가치관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길러줄 수 있게 돕는 것도 부모의 큰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