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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Feb 26. 2021

소아과 신생아중환자실 의사의 재택근무

중환자실 의사들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화상으로 진료를 많이 보고 있다. 초기에는 임신한 동료들이나 지병이 있는 동료들은 아예 집에서 쉬는 걸로 우리 과에서는 결정했다. 그러나 장기화가 되면서 코로나 팬데믹 초기의 방침은 무산되고 보통이 아닌 보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고령의 동료들이 많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들이 아기를 낳을 때면 조금이라도 젊은 내가 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워낙 길어지다 보니 경계 모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병원에서 불필요한 미팅은 없어졌다. 환자들도 응급 진료와 꼭 필요한 수술만 하다가 또 규제가 좀 풀렸다. 그러나 다시 강화되었다. 주 방침과 환자수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방침이 계속되더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병원들, 소아병원만 제외하고는, 중환자실 몇 개을 코로나 환자 치료실로 빼앗겨 버렸다. 그럴 계획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갑자기 늘어버린 환자수에 중환자실이 다 찼다.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차량 중환자실이 세워지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게다가 어떤 지역은 산소가 모자라 작년 봄의 뉴욕같이 환자를 선택해서 치료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더 가혹했다.

이런 와중에도 일하는 병원 한 곳에서는 집에서도 회진을 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를 허락했다. 차트를 보고 회진 노트를 쓰고 오더를 썼다. 간호사들과 전화로 소통했다. 업무를 마친 후,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내 환자들의 신체검사를 위임했다. 환자들의 부모 또는 보호자에게 전화로 경과를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 당직을 서는 동료에게 인수인계해주고 나면 재택근무가 끝이 난다. 처음에는 환자를 보지 않고 차트만으로 진료를 보는 게 어색했다. 능력 있는 간호사의 도움 그리고 동료의 지원으로 재택근무를 잘해나가고 있다. 물론 많이 아픈 아기들이 아닌 나름 건강한 아기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도 중환자실 의사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건 경이롭다.


의사가 재택근무라니,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의사가! 주변에 다른 과 의사들은 간단한 진료를 전화로 또는 화상 통화로 보고 있다. 물론 팬데믹으로 규제가 많이 완화되어서 나온 결과이다. 


 곧 가까운 미래에는 화상 진료가 뉴 노멀이 되고 좀 더 많은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않았으면 한다. 또 진료 예약이 좀 더 빠른 시일에 성사되었으면 한다. 중환자실 의사가 팬데믹이 끝나고 재택근무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있는 작은 병원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화상 진료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작은 생명들을 조금 더 구할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니. 분만실에서 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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