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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황 Mar 15. 2021

의사도 무섭... 아니 의사라서 무섭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도 가끔 너무 무섭다. 아기들이 잘못될까 봐...

의사도 사람이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환자들을 마주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심폐소생술을 지시하고 여러 가지 시술을 하고 약을 투여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엄청 담담하다. 자유자재로 팔을 휘두르는 지휘자처럼 연주자들을 지시하고 이끈다. 그래사 좋은 결과라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지도자처럼 보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안에도 폭풍우가 몰아 친다. 가끔은 시술 직전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린다. 그런 나를 아무도 못 알아보기를, 지금 내가 하는 이 시술이 내가 자주 하지 않는 시술임을 중환자실에서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는 못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런 두려움은 당당한 자신감과 함께 시술을 할 때 좋은 균형을 이루어서 조심스러움을 더해 미세한 차이를 만든다.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런데 주저함을 이끌어 내거나 진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아기 한 명의 폐와 흉부 벽 사이에 공기가 차서 호흡곤란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가끔은 흉부에 바늘이나 튜브를 꽂아서 공기를 빼야 한다. 신입 의사가 바늘로 공기를 뺐다. 그런데 또 튜브를 꽂아서 공기를 계속 빼야 했다. 흉관 삽관 시술 중, 한쪽은 성공이었다. 그런데 한쪽은 실패했다. 피가 좀 나왔다고 했다. 그런데 한쪽 흉부 안으로 피가 가득 차올랐다. 다음 날 다른 의사가 또 흉관 삽관을 해야 했다. 수혈도 여러 번하고 수액도 줄줄 들어갔다. 혈압을 올라는 약도 써야 할 지경까지 이르렸다. 작은 아기가 흉관 세 개를 가슴에 꽂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아기 상태가 처음부터 좋지 않았다. 아마도 피가 응고하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신입의 부족한 경험이 아마도 큰 역할로 작용했으리라. 상태가 좀 나아져서 흉관을 뺐다. 그런데 다시 기흉이 와서 결국 또 흉관을 넣어야 했다.


흉관은 다른 시술에 비해서 고통이 심하다. 진통제를 최소로 쓰는 우리 신생아중환자실에서도 투약을 주저하지 않는다. (진통제 투여는 나중에 발달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줄인다.) 이제야 진통제를 덜 쓰고 있는데, 끊는 것이 어려울 예정이다. 아기의 엄마는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줄도 몰랐다. 아니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임신 중 산부인과 진료를 거부했다. 임신 내내 불법적인 약물까지 복용했다. 출산 후 아기를 입양시키라고 하고는 홀연히 떠났다. 어떤 아기는 엄마한테 한 번도 안겨보지 못하고 처절한 시술을 진통제에 의지해 견뎌내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시술을 자주 한다. 또 시술의 결과를 보고 듣는다. 대부분 시술은 잘 흘러간다. 간혹 잘못되어 나쁜 결과를 낳는다. 아직까지 크게 잘못한 시술은 없다. 그래도 종종 시술을 할 때나 아니면 이런 일을 보고 들을 때면 무섭다. 몸서리처지게 두렵다. 내가 한 시술이 직접적인 요인이 되어 작은 생명이 떠난다면? 난 회복할 수 있을까. 내 멘토들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구한 생명들의 숫자를 내가 더 나은 인생을 가져다준 아기들과 가족들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한 실수로 아직 병원 밖에도 못 나가본 작은 생명이 꺼질 수도 있다니. 그 작은 생명의 앞날이 깜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크나큰 공포다. 이런 가시 돋은 감정이 시술을 더 조심해서 하게끔, 더 숙련된 의사로 만들어 줄까. 아니면 이 공포를 이기지 못해 시술을 회피하거나 그 부담감에 더 실수하게끔 유도할까.


세월이 흘러 퇴직할 즈음에는 이런 걱정이 기우라고 느끼게 될는지도 모른다. 사고 없이 아기의 털끝 하나 안 다치게 해야지. 내 온 힘을 모아 잘 보살핀 아기들이 모두 다 건강하게 잘 자라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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