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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D 문화 브로셔 Dec 26. 2019

한옥 감상 방법

1. “포”가 대체 뭐길래     

주심포, 다포. 잘은 기억나지 않아도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은 날 거다. 포는 지붕과 기둥이 맞닿는 부분을 말하는데, 한옥에서 왜 그리 포가 중요한 것일까? 주로 석재 건축이 많은 서구에 비해 한옥은 목재 건축이 많은데, 그거야 뭐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그렇다. 목재 건축의 가장 큰 단점은 물에 취약하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붕으로는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지붕은 기와를 쓰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래에서 떠받치는 목재에 비해 지붕인 기와의 재료가 더 무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적 문제가 한옥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되었고,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바로 ‘포’다. 포는 지붕의 하중을 기둥으로 안정되게 전달해주는 구조물이다. 한옥이 발달하면서 포는 점차 복잡한 형태를 띠게 되었고, 점점 장식적이 되어 갔다. 기둥 위에만 포를 만든 것이 주심포 양식이고, 기둥 외의 부분에까지 장식적으로 포를 만든 것이 다포 양식이다. 포가 얼마나 복잡하고, 장식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반드시 살펴보시라.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유명한 무량수전이다. 오래된 건축인만치 포의 모양도 단출하고 왠지 어설프다.     

부석사 무량수전


2. 지붕이 날개다     

앞서 살펴봤듯이 한옥의 문제는 아래의 목재 부분이 지붕의 기와보다 가볍고 약하게 보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시라. 아래 부분에 무겁고 묵직한 게 있고 위에 가볍고 얄렵한게 있어야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특히나 목재가 물에 약해서 비를 피하게 해 주기 위해서 처마가 많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포라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래 부분에 비해 지붕이 비율적으로 부담스럽게 크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 부담스러운 지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지붕이 너무 무거워 보이면 집이 무너져 버릴 것 같으므로 지붕을 가볍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지붕 선을 적절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건축에서 단연 돋보이는 차이점은 지붕선의 각도다. 중국은 훨씬 강하게 선이 휘어져서 하늘로 향하고, 일본은 직선에 가깝게 땅으로 떨어진다. 중국의 지붕선은 자신을 한 껏 과시하려는 느낌이고, 일본의 지붕선은 단아하지만 단조로운 느낌이다. 한국 건축의 지붕선이 내가 보기에는 그 중간에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워 보이는데, 그건 뭐 한국에서 자라면서 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 한국 건축이 최고라느니 하는 것 절대 아니다. 지역에 맞는 차이 들일뿐 - 지붕을 가볍게 보이게 하기 위해 지붕이 날아가듯 보이게 하는 방법을 쓴다. 날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는데, 지붕이 날개처럼 하늘로 날아가려는 듯 보이게 하여 그 지붕을 기둥이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한옥의 묘미이다. 지붕선이 너무 날렵하면 기둥이 붙잡지 못하고 날아가버릴 것 같고, 지붕선이 둔탁하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그 사이에 기둥이 아슬아슬하게 지붕을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지붕선을 만드는 것이 형태적 미에서 중요하다. 한옥을 볼 때 하늘로 날아가려는 지붕을 어떻게 기둥이 붙잡고 있는가를 느껴보시라. 그리고 한옥 모두가 날렵한 날개 같은 지붕선을 갖지는 않는다. 당연히 다양한 모습이고 그래서 그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맞배지붕은 통상 저런 휘어짐 없이 그냥 직선으로 땅으로 떨어진다 다른 얘기지만 석가탑이 최고의 탑이라고 느끼는 것은 그 비율도 그렇지만 한옥의 지붕선과 같은 그 선의 적절한 휘임 정도이기도 하다. 하긴 탑에서도 지붕과 같은 형태긴 하다.


3. 한옥의 핵심은 ‘사이’다     

아주 본질적인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건축이란 게 도대체 무언가? 건축의 본질적인 측면은 어느 것인가? 건축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축물보다는 공간이 중요하다. 벽을 만들고 지붕을 만드는 이유는 그 안에서 사람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건축을 자꾸 조각을 보듯이 보려 한다. 건축물의 형태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 공간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느낌의 공간이 생성되었는가를 생각하면 더 풍요로이 건축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적 건물은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반면에 한옥은 몇 채로 나뉘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은 특히 한옥이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서로 통하며 흐름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공간적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형태적인 면에 있어서도 건물 그 자체만을 보지 말고, 그러한 건물들 사이사이를 보시라. 건물들 사이의 공간이 전해주는 형태들은 훨씬 재미나다. 그 빈 틈 사이에 또 뒤의 건물이 비추이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 준다. 공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연결되며 그 건물 사이 공간을 통해 다른 건물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세심히 감상하시라. 한옥을 볼 때는 꼭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을 살펴보시라.     

창경궁 지붕 너머의 지붕


4. 지붕과 하늘, 산과의 조화

다시 지붕 얘기다. 한옥의 기와 색이 하늘색과 엄청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한옥은 배경으로 하늘을 깔아 두었을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아주 맑은 날의 밝은 하늘을 깔아 두었을 때도 비 올듯한 흐릿한 하늘색을 깔아 두었을 때도 나름의 각기 다른 지붕 색과의 조화를 보여준다. 물론 기와 색도 각각의 한옥에 따라 다르게 표출될 터인데 그것들의 미묘한 조화를 각기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한옥 지붕선의 부드러움은 하늘의 여유로움과 또한 잘 어울린다.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지붕선의 흐름은 마치 고도의 음악 같이 들린다. 한옥 지붕선은 산을 배경으로 해도 엄청 잘 어울리는 형태다. 한옥 지붕의 라인의 부드러움은 또한 우리나라 산의 선과 닮아있다. 히말라야와 같이 거칠고 힘이 드러나는 선이 아니라 부드럽게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듯한 우리나라 산의 선은 한옥 지붕의 부드러운 흐름과 매우 잘 어울린다. 지붕과 그 배경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잘 느껴보시라.

종묘 지붕과 하늘색의 조화

5. 벽면의 깔끔한 구성

한옥에 있어서 주택을 보게 되면 나무로 기본 구조를 구성하고 그 사이를 흙으로 메꾼다. 그리고 그 흙 바깥을 하얀색으로 칠하게 되는데, 그러한 벽면과 나무 구조가 만들어내는 형태미는 매우 모던한 느낌을 준다. 선비의 고결함과 같이 깔끔한 벽면의 형태는 한옥의 단아한 맛을 더욱 잘 맛볼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는듯한 그러한 구성미는 각각의 한옥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있다. 한옥을 볼 때는 꼭 벽면의 구성미를 살피시라. 건축을 볼 때는 시각을 분리해서 볼 필요도 있다. 재료의 질감만을 보겠다 생각하고 질감에 집중한다던가, 구조적 형태를 보겠다고 생각하고 구조적 형태를 집중해서 본다던가 할 수 있다. 한옥 벽면을 보다 보면 나무 기둥의 질감이나 벽면 흙의 질감에 눈길이 쏠릴 수 있다. 벽면의 질감을 마음속에서 제거하고 그 형태적 구성에 집중하면 깔끔하게 직선만으로 구성된 형태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러한 깔끔한 형태미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개심사 평면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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