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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 Mar 08. 2020

인터넷 세상 속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20년 남짓의 잔혹한 인터넷 트래픽 역사


추억의 PC 통신 (feat. 전화비 폭탄)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는 덕선이와 정환이, 택이가 골목길 사랑싸움을 할 때, 방구석 PC 통신을 통해 미옥을 만났다.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40-50대 아저씨가 되어있을 정봉이는 요즘 잘 나가는 'Tinder'나 'Glam' 같은 모바일 데이팅 서비스를 보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짜식들, 그 마음 내가 잘 알지' 




80년대 처음 PC 통신을 시작으로 인터넷과 온라인 세상이 열린 이후로 우리는 줄곧 On-line 해왔다. 속한 세대와 처해있던 환경에 따라 저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인터넷을 접하고,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인터넷 세상에서, 20여 년간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돌아보며 앞으로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생각해보고자 한다. 

** 가벼운 인터넷 검색만으로 작성한 글이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내용이 발견될 경우 댓글 남겨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1) 1990년대 초반 : PC 통신과 커뮤니티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세대를 기점으로, 1990년대는 바야흐로 PC 통신의 전성기를 맞았다. PC 통신의 발달과 확산은 용산 전자상가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모뎀으로 연결된 인터넷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용하다가 마주한 전화비 폭탄에 수많은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졌던 그런 시기였다. 

DC Inside, 루리웹의 조상님 뻘인 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 1세대 (유니텔, 하이텔); 요금 추정을 위한 사용 시간 체크는 필수

척박한 통신 환경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386 세대는 연대했고, 교감했다. UI는 구리지만(이제는 레트로라고 읽는다) 그때 당시 만들어졌던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채팅방 기능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과 그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적은 데이터로 통신할 수 있는 '텍스트'라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남들 사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뉴스), 저용량 게임(바둑, 텍스트 기반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혹자는 뛰어난 필력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웹소설 작가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는 잡학다식을 뽐내며 네임드 커뮤니티 유저가 되기도 했다. 



(2) 1990년대 후반 : 메일, 검색 그리고 커뮤니티

199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하나로통신, 메가패스 등의 인터넷 업체들을 통해 ADSL, VDSL 같은 고속 인터넷이 가정으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대한민국의 인터넷 부흥기를 이끌었다. (이때 대한민국에 인터넷 보급이 잘 안됐다면, 대한민국 IT의 역사가 송두리째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인터넷 포털 춘추전국시대, 살아남은 자 그 누구인가.

공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려 했던 외국계 포털 서비스들과 국내 토종 포털 서비스들 간의 시작페이지 잡기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포털 서비스가 죽고 일부만 살아남아 시장을 독점했지만, 당시의 그 치열한 서비스 경쟁이 철저히 한국 IT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다져진 것 같다. 포털들은 검색 트래픽을 소스로 삼아 게시판, 웹게임 등으로 그 트래픽을 펼쳐나갔고 그 와중에 다음은 메일(Hanmail)과 카페(Cafe) 같은 대박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며 닷컴기업 성공신화를 써 내려갔다. 


전국민에게 첫번째 이메일 주소를 선사한 Hanmail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새 역사를 쓴 다음 카페

다음 카페는 대규모 인원이 온라인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준 시발점이었으며, 이 트래픽은 온라인에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정모(정기 모임)이라는 유행을 만들어냈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 같다. 온라인 트래픽이 오프라인 사회에 영향을 주고, 사람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여전히 인터넷 세상에 모여 활동하고 있고, 관심사와 성향에 따라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클리앙 등으로 분화되었다. 물론 아직 카페에 남아 있는 트래픽도 상당하지만. (이종격투기 카페, 여성시대, 쭉빵카페, 중고나라 등) 



(3) 2000년대 초반 : 메신저와 게임

2000년대 초반 들어오면서는 빨라진 인터넷의 실시간성이 두드러지는 서비스들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와 온라인 오락실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같은 게임들의 성공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즐기는 게임의 재미와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정확히 이 시점부터 대한민국엔 전 세계 유일무이한 'PC방' 산업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좌) 전국민 오락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우) 스마트폰 등장전까지 전국민을 이어주었던 버디버디와 네이트온

또한 커뮤니티 서비스(카페)로는 여전히 부족했던 소통의 갈증을 실시간 채팅 서비스, 메신저 서비스들이 등장해 메꿔나가기 시작했던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위협적인 특수문자로 아이디에 보호색을 입힌 버디버디는 하교 후 학생들의 우애를 다져줬고, 성인들은 직장 내에서 혹은 퇴근 후 네이트온 나누는 채팅이 문자메시지와 전화 통화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메꿔주었다. (아직도 네이트온 메신저는 서비스 중이다) 



(4) 2000년대 중후반 : 온라인 쇼핑

2000년대 중반부터는 온라인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Networking과 Entertainment를 넘어서 Utility 서비스들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주식 HTS(Home Trading System), P2P 파일 공유 서비스 등 그 범위는 다양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이란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PC 앞에 앉아서 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활용 범위가 그리 넓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에서 단연 인터넷의 수혜를 받아 로켓처럼 성장한 산업이 있었다. 온라인 쇼핑이었다. 

G마켓을 인수한 옥션(이베이 코리아), 최근 5조 짜리 매물로 나왔다.

온라인 쇼핑은 초기 대규모 카페를 중심으로 공동구매나 경매 같은 방식으로 형성되기 시작됐다. 하지만 인터파크, 옥션, 구스닥(G마켓의 전신)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 기업들이 1990년대 말에 생겨나 2000년대 초반에 세를 확장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Cafe24와 고도몰 같은 소호몰/쇼핑몰 설루션 서비스들이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지평을 열기 시작했다. 2018년 6000억에 로레알에 매각된 스타일난다 역시 이 시기에 창업한 온라인 쇼핑몰이었으며, 소위 대한민국 쇼핑몰 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아마 이 당시에 기회를 잘 잡은 범인들이었으리라. 




바야흐로 2009년은 전 세계 IT 역사에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되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과 그 위에서 작동하는 App Store 생태계는 10년 만에 IT 생태계를 송두리 째 바꾸어놓았다. 그 폭풍 같은 변화 속에 가장 빠르고, 기민하게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사용자들이었다. 



(5) 2010년대 초반 : Facebook, 카카오톡 그리고 수많은 앱 서비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땐 모두들 그저 인터넷이 되는 전화기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발 빠르게 기회를 알아본 서비스 개발자들이 내놓은 서비스들은 곧 무주공산의 모바일 세상에 거침없이, 참으로 잔혹하게 깃발을 꽂아 나기 시작했다. Facebook은 싸이월드를 압살 했으며, 카카오톡은 경쟁자가 없던 1등 메신저 자리에 무혈입성했다. 그리고 이내 Android와 iOS 개발 환경에 적응한 개발자들은 세상에 없던 수많은 앱 서비스들을 말 그대로 토해내기 시작했던 것이 2011년, 2012년의 일이다. 

모바일 신 천지(天池)에  제국을 세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이때 당시 우후죽순 나왔던 스타트업들(배달의 민족, 직방, 티몬, 쿠팡 등)은 대부분은 망했지만, 일부는 지금까지도 생존해 5조, 10조 가치의 유니콘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때 사용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출시되는 새로운 앱들을 하루에 3-4개 이상도 다운로드하고 사용했다. 후한 트래픽만큼 유저 획득하기에도 쉬워 솟구치는 트래픽으로 하루아침에 수십억 투자유치를 따낸 스타트업들도 많았다.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세상은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나',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이 주는 그 무한한 확장성과 가능성은 과거만큼이나 역동적이고 다이내믹 하진 않은 듯하다. 마치 인터넷이 열렸을 때 포털 사이트들이 치열한 경쟁 후 시장이 정리되었던 것처럼, 모바일 세상도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고 있고 사용자들도 10년간 수많은 서비스들을 사용해보면서 '계속 쓰는 서비스'와 '이젠 더 이상 쓰지 않는 서비스'를 누구보다 빠르고 냉철하게 가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6) 2010년대 후반 ~ 현재 : 동영상 그리고 인스타그램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자리싸움이 지나간 지금까지도 인터넷은 더더 빨라지고 있고, 그에 발맞춘 새로운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며 영원히 절대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던 서비스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중 2020년 현재,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서비스의 핵심은 단연 동영상과 인스타그램이다. 

인터넷을 통해 개인이 컨텐츠가 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돈이 되는 세상.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초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은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 걱정 없이 실시간 동영상을 소비하고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깔아주었으며, 인터넷 방송과 스트리밍은 '별풍선'이라는 매개로 콘텐츠를 소비하기만 하던 개인이 스스로가 콘텐츠가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창을 열어주었다. 소수의 방송국 PD가 찍어내는 기성 방송들은 절대 제공할 수 없었던 재미와 감동을, 방구석 게이머와 BJ들은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고 직접 반응해주며 몸소 제공해주었다. 그러니 별풍선을 쏠 수밖에.


일주일씩 기다려 한 번 밖에 볼 수 없었던 장난감 콘텐츠를, 유튜브 속에선 매일, 내가 원할 때마다 볼 수 있다. 뽀로로도 계속 나오고, 보고 싶은 걸 또 볼 수도 있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매료된 사용자들은 유튜브 채널로 모여들여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고 충실하게 매 콘텐츠의 광고를 소비해준다. 그렇게 보람튜브는 건물을 샀으리라. 돈 좀 만졌다는 크리에이터의 부러운 뉴스를 듣고만 있자니 배 아픈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제 기꺼이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스스로 서비스의 일부가 되기로 자처한다. 


최근 각종 편파적 뉴스와 광고가 판을 치는 페이스북을 지웠다는 사용자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인스타그램은 그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어 밀레니얼 세대들이 자신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동경하는 셀럽을 훔쳐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잘 포지셔닝하고 있다. 최근엔 광고가 판치는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으로 먼저 검색하는 사용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브랜드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지 않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자사 브랜드 홍보용 페이지로 쓰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아, 물론 인스타그램은 2012년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마치며


처음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최근 페이스북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아 짐에 따라, 앞으로의 디지털 트래픽은 어디로 이동할지를 과거에 비추어 생각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기 위해 대한민국 인터넷 트래픽의 역사를 훑어보며 스스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배웠던 것 같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정보를 찾는 행동에는 변함이 없다. 

서비스는 그 스스로 혁신보다는, 진보한 기술 환경에 등 떠밀려 혁신되는 경우가 많다.

트래픽은 다분히 일시적인 성과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던 서비스도 변화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망한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수많은 개척자들은 늘 끊임없이 '다음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이렇게나 잔혹한 인터넷 서비스의 역사를 되짚어보니, 결국 인터넷 서비스는 그 시대의 기술상에 맞춰 사용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서비스가 나온 것 같은 2020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서비스는 나올 것이다. 사용자들이 향할 그다음은 과연 어디일까?





< 참고 사이트 >

- 네이버 블로그 '낙서 쟁이' : 그때를 아십니까 (5) https://m.blog.naver.com/gcargparts/90185982514

- [김문성의 놈놈놈] 소호몰의 어벤저스 ´쇼핑몰 설루션´이 나쁜 놈이 된 이유 http://clomag.co.kr/article/1741

+ 다양한 나무위키 페이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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