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 지 오래된 김철수 씨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몇 번 만나보니 마음도 잘 맞고 자신에 대한 배려도 잘해주고 자신이 하는 말에도 장단을 잘 맞춰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게만 보인다. 오랜 시간을 만나온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 청혼을 위한 준비를 하며 적당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와 애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결혼이라는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와 기다림이다.
며칠 전 새로운 아이폰, 아이폰 12를 발표한 애플.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폰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경험을 기다린다.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지만 아이폰은 안드로이드폰에서 찾을 수 없는 감성과 늘 잘 찍어주는 사진만으로도 어떤 폰들에 압도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OS가 점점 안드로이드 비슷하게 변해 간다는 것은 사실 바라지 않는 바이다. 스티브 잡스였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얼리어답터분들은 이미 사전예약을 끝내고 배송이 되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고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어느 정도 하고 기회를 봐서 구매를 하는 스타일이다. 새로운 것에 누구보다 빨리 관계를 맺기 위해 기다림 따위를 있을 수 없는 사람, 나와 같이 정말로 내게 필요한지 고민 후 나와 관계가 생기도록 적당한 기회를 보는 사람으로 생각의 차이에서 관계의 속도도 달라진다.
나는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활동이 자제되면서 예전만큼 만날 수 없다. 모처럼 동호회 모임이 있는 날 모임의 회장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한 모임을 운영하고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도록 한다. 가뭄에 콩 나듯 생기는 모임이 생기면 모임 신청부터 모임에 나가기 전까지 설렘으로 그 날을 기다리고 필요한 것을 준비하게 된다. 가장 가까이 접하는 가족, 직장 동료가 아닌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삶을 활력소가 되어 주고 동호회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지만 그날 모임이 가져다 주는 잠시 동안의 관계는 매우 많은 기대감, 설레임을 가져다 준다.
이 새로운 세상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과연 괜찮은 동호회인지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적당한 타이밍이 되면 가입을 하게 된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까지 망설임 없이 바로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비추어 질지도 생각해 볼 것이고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목표로 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와 같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기다리다 적당한 기회를 본다.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1년 반쯤 되어 가는 것 같다. 자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끊어 놓으면 여행이 시작되기 전날까지 여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성격상 나는 투어 일정을 심하게 30분 단위까지 계획을 세운다. 장소를 출발하고 도착하고 다시 출발하고 도착하는 일정 그리고 장소에 도착해서 투어를 하는 시간까지 세부 계획을 세운다. 차를 이용하게 되면 거리와 소요 시간도 계산한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먹거리를 찾아보고 이동할 동선에 끼워 넣는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의 여행이라는 관계에 충실히 하고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 계획뿐만 아니라 필요한 것들도 빠지지 않게 준비를 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서 여행 일정이 딱 맞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단지 여행이라는 관계 속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너무 철저한 여행 준비는 여행의 관계 속에서 상큼함, 신비로움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본 인터넷의 후기들을 여행지에서 TMI가 되는 일을 만들어 버린다. 여행을 가기 전 기대 감을 갖게 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 거리, 가게 등은 익숙함으로 신선함이 떨어질 따가 있다. 물론 멋진 풍경은 직접 눈으로 볼 때 그 진가를 발휘하기도 한다. 여행을 시작하고 돌아오기까지 새로운 장소와의 관계를 맺고 추억이라는 관계의 끊으로 연결해 두고 사람들을 만날 때 하나 둘 꺼내어 놓고는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입사원 아무개입니다."
"오늘부터 선배님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신입사원을 받는 일이 줄어서 이런 상투적인 맨트를 들어본 적이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직장이라는 관계, 직장의 선배들과의 관계, 입사한 동기들 간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일이 생기고 그 일을 해 가면서 주변 부서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신입사원이 되기까지 원서를 내고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면서 꼭 합격이 되기를 바라고 이 회사와의 관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도 없이 마음속으로 소망하게 된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신입사원으로 그 회사에서 저런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있는 나를 떠 올려보기도 한다.
그런 설렘이 있던 그 시절의 관계가 그립다. 그리고 그런 신입사원을 자주 볼 수 없어 아쉽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늘 하던 일들에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루해도 그냥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면 그것을 시도해 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 그 새로운 것과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정리하여 보고서를 만든다. 그리고 부서장에 보고를 할 적당한 시기를 모색한다. 이런 일들이 잘 되면 연말에 고가도 잘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윗사람들에 잘 보이고 좀 더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달라져 윗사람과의 관계의 거리도 가까워진다. 그를 통해 승진의 기회도 빨리 찾아오거나 누락 없이 단번에 승진을 하기도 한다.
늘 하던 것, 시키는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좀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관계는 만들어 가는 것이고 관계는 확장해 나가는 것이며 관계 확장을 통해 나를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지금의 직업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던 전산부 활동을 했었다. 내가 전산부를 들어간 것은 컴퓨터가 좋아서는 아니었다. 컴퓨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고 그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컴퓨터와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한동안 그 모임을 나 가사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배우는데 도대체 이런 건 무엇에 써먹으려고 이 짓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업 과정에서 배우는 베이식, 코볼, 포트란 언어들을 컴퓨터가 흔한 시대가 아니라 책으로 글로 배우니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컴퓨터, 컴퓨터를 하는 친구들 그리고 알 수 없는 프로그래밍 랭귀지와의 관계는 나에게 쉽게 맺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지금은 직업이 되었지만 그때는 정말 불편한 관계였다.
그 후로 본의 아니게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압박이 내가 하는 일속에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잘하지 못하는 프로그래밍과의 관계, 언제까지 미뤄두고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래밍들을 하나 둘 해 나가고 거기에 시간이 더 해지면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되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프로그래밍을 엄청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한다 정도이지 말을 잘한다 정도는 아닌 딱 그 정도이다.
새로운 것과의 관계, 지금 맺고 있는 것과의 관계속에서도 매번 새로운 관계가 생겨난다. 새로운 관계속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추구하는 주제와 관계를 맺으며 그 속에서 세상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지친 삶의 관계도 치유해 준다. 새로운 것과의 관계속에는 항상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어 그것과 마주하기 전까지의 기다림은 매우 흥분되는 시간이 되어 준다. 삶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