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고

함께 걸을 까요?

by 노연석
당신은 내게 로또야. 하나도 안 맞아.....

새롭게 발굴한 퇴근길, 며칠 동안은 앞만 보고 걷느라 못 봤었는데 길가 화단에서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다.


버스가 운행되지 않았던 그때

어린 시절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에 살았고 그래서 늘 걷고 또 걸었다. 12년이란 시간 동안 학교를 가기 위해 걸어서 다녔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 후 아니 그 이후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은 마을에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았다.

학교까지는 초등학생 학생의 발걸음으로는 30~40분가량 걸어가야 한다. 난 초등학교 때부터 늘 늦어도 7시에는 집을 나섰다. 학교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 길도 좋지 않고 도로, 인도 그런 개념이 없는 농로 수준의 길로 등하교를 했었다.

지금은 하루에 몇 번 시내버스가 운행이 된다고 한다. 가구수가 많지 않아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 학생들 정도가 주 이용객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있는 가구수는 더 적기 때문에 이용자 수는 더 적을 것이다. 시골 사람들이 읍내에 자주 나갈 일도 없기도 하고 이제는 대부분의 집에 트럭이라도 한 대씩은 있으니 버스 타는 사람이 더 적어 버스 회사는 적자를 보며 운영 중인지도 모른다.


걷기의 시작

그렇게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먼길을 걸어야 하는 뚜버기 생활은 시작되었다. 나만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동네 모든 학생들이 걸어서 그 먼길을 다녔다. 동네에 자가용이나 화물용 트럭조차 보유하고 있는 가정은 없었다. 기껏해야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가정들이 있을 뿐 자동차는 동네에서 보기 조차 힘들었다.


멀미

항상 맑은 공기 속에 튼튼한 두 다리로 걷기만 하던 나는 어렸을 때 서울, 의정부에 사시는 친척들을 만나러 가는 날 버스를 타면 멀미를 시작하고 그 정도가 심해져 토를 하곤 했다. 시골 촌놈이라 언제 버스를 타도 멀미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친 봄방학 어느 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서울로 가야 했다. 서울에 한 번도 못가 본 촌놈이라 동네형들도 살 것이 있다고 같이 가주기로 했다. 수유리로 가는 버스에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울렁거렸고 거의 다 도착해서 결국은 속에 있는 것을 올려 확인을 해야 했었다.

그게 마지막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내가 가야 하는 고등학교는 더 이상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주변에 고등학교가 있었지만 공부를 잘하지 못한 나는 집에서 좀 먼 곳으로 학교를 가야 했다. 평소 걷던 거리는 그대로 걸어야 했고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40분 이상 이동했어야 했다. 매일 버스를 타게 되니 더 이상 멀미는 하지 않게 되었다.


점심식사 후 걷기

이전 근무지에서도 점심 식사 후 걷기를 했지만 현재의 근무지에도 걷기는 꾸준히 하고 있다. 1시간의 점심시간 밥 먹은 시간은 20분 남짓 걷기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주로 동료들과 함께 걷기를 한다. 회사 이야기 가족 이야기 이슈가 되는 이야기들을 하며 걷다 보면 시간이 빛처럼 지나긴다. 그리고 서로를 알아가는 훌륭한 시간이 되어준다. 하루 종일 앉아 일하기 때문에 걷기는 오후 시간을 또 열심히 달릴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걷기 시작

작년부터 나는 퇴근길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걸어서 퇴근을 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지금도 집에서 5~6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서 집으로 귀가를 한다. 매일 걷다 보니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어릴 적 매일 걸어서 학교를 다니던 때가 생각이 난다. 내가 앞에 가고 있으면 뒤에서 친구 녀석이 누나와 함께 오면서 나를 부른다. 할 말이 있다고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기다려 주면 하는 말은 "같이 가자고". 이런 일은 늘 반복되었지만 난 늘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걷는 사람은 없다. 뒤에서 날 불러 줄 사람도 없다. 혼자 묵묵히 걸을 뿐이다.


걸으면서 하는 일

걸으면서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듣는다. 가능하면 팟캐스트를 들으려고 한다. 걷는 동안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고 팟캐스트가 걸으면서 공부가 될 만한 것을 듣기에는 가장 적합하고 도움도 많이 된다. 가끔은 그 음성들은 내 귀의 고막을 타고 나의 뇌리를 강력하게 흔들어 놓고는 한다.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 느낌 그리고 반성의 시간을 가질 때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늦게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걸까.


팟캐스트를 듣다.

나는 월급쟁이다. 월급쟁이의 월급만으로 부자가 되기란 어렵다. 부자라고 하면 50~60억은 있어야 부자인가?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은퇴의 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부자는 아니어도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죽는 날까지 버틸 수 있는 노후자금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관련된 콘텐츠들을 듣고 나도 그렇게 해 보려는 생각들을 하지만 문제는 잘 실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에도 살짝 언급을 한 적이 있었기는 하지만 “월급쟁이 부자들”이란 팟캐스트이다. 부동산, 주식, 책, 강연 등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들이 많다. 실제 자신의 꿈을 이루어온 사람들이 출연을 하여 자신의 실패, 성공 담을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라 더 실전감이 있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이 팟캐스트를 들어보라고 추천을 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나처럼 너무 늦어져서 혼란의 시기를 겪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조금 더 일찍 노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제 100세 시대, 100살까지는 못 살아도 직장 은퇴 후에도 살아가야 할 날이 많기 때문인데 젊었을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후회하는 일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고 있지만 걸으면서 듣기에 오디오를 통해서 듣는 것이 비디오를 보는 것보다 안전하고 집중도 더 잘 된다. 그리고 귀로 듣기에 알맞게 잘 편집이 되어 있다.


음악을 들일 때는

가끔 음악을 들으면서 걸을 때는 사실 음악을 듣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다. 몇 년을 똑같은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그 음악은 이제 거리를 걸을 때 소음을 막아주는 정도의 소리, 그리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데 도와주는 소리로 바뀐 것 같다. 글감이 떠오르면 깊이 생각을 해 보기도 하고 그런 일은 별로 없지만 회사의 걱정거리라도 생각이 나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집중해서 고민하다 보면 문제 방안을 찾을 때도 있다. 아니면 멍 때리면 앞에 놓인 길을 따라 그냥 걷기도 한다. 그러다 나를 앞질러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에 놀라기도 한다.

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보행 시에도 자전거 도로로 걷는 것은 주의해야 할 일이다.


걷기를 통해 얻는 것들

세상에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있을까? 걷기를 하면서 좋아지는 것들,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건강 되찾기

작년 건강검진 결과는 종합병원 수준의 진단을 받았다. 그 후로 꾸준히 걷기를 해 왔고 몸무게도 7kg이나 감량을 했고 꾸준히 유지를 해 왔다. 그리고 올해 떨리는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를 열어보는 데는 더 긴장이 되었다.

작년보다 많이 개선되었고 많은 부분들이 좋아졌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당뇨도 적당한 식사 조절과 함께 효과를 보아 작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당뇨는 전 단계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생각 정리하기

음악을 들으면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혼자서 만의 시간이라 다른 사람의 방해도 받지 않기 때문에 생각 정리를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때론 새로운 숙제들이 생겨 나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세상 알아가기

걸으면서 평소에 보지 못하던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지금은 퇴긴 길 경로를 바꾸었지만 이전까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놓인 각종 가게들의 풍경들을 보고 지나친다.

항상 내가 지나갈 시간에 밖으로 저녁 장사를 마친 사장님이 담배 한 대에 피로를 날려 버리고 있다. 오늘도 다 준비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늘 한번 가보고 싶은 황소곱창집을 지날 때면 그 집 쌍둥이 아이들이 불쌍하게 밖에서 밥을 먹고 있다 식당 자리도 넓고 아직 손님이 올 시간도 아닌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 집 사장님은 아직 저녁 장사 준비가 끝나지 않아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가며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좀 무더웠던 여름날 저녁 길에는 몇 번 가봤던 이탈리안식 식당의 문이 활짝 열리고 테이블들은 가지런히 준비가 되어 있다.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집으로 가고 싶지만 쉽게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한잔이 아니라 얼큰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마음을 접었다.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보며 내게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안타가운 상황들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폐업을 한 가게들이 여러 곳이 문을 걸어 잠겨진 채 먼지가 쌓여 가는 보게 된다.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이런 위기에 상황을 견디어 내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 있은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렇게 직장을 계속 다날 수 있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도 해 본다.


다양한 코스 체험과 발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러 개의 길들이 있다 버스를 어디에서 내리느냐에 따라 집으로 오는 길이 달라진다. 지난주부터 변경한 길은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고 큰 대로를 따라 걷는 길이라 이전 코스보다 가게들이 많지는 않다.

새로 걷게 된 코스는 20년쯤 내가 일했던 직장 근처다. 동료들과 가끔 점심을 먹으로 나오던 식당들이 보인다. "아직 저 식당이 있네." 그 시절 함께 식사를 하러 다니던 동료들에 대한 생각도 잠시 떠올려 보곤 한다.

집까지 10여분 거리가 남은 곳에 기업에서 관리하는 축구장이 있다. 그곳에 프로축구단에 가끔 연습경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성팬들인지 작은 캠핑체어를 가져와 앉아 담요를 덮고 구경을 하는 모습도 보곤 한다.

"엄청 열정적인 분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지나친다.

이 길도 시간이 지나 지루해질 때면 또 다른 코스로 바꾸어서 걸어 볼 예정이다. 아마 겨울 내내 이 길을 걷지 않을까? 봄이 되면 봄꽃이 많이 피는 루트를 찾아봐야겠다.


시골에서의 걷기, 지금의 걷기 사이에 몇 개월을 새벽에 공원 걷기를 한적도 있다. 그때는 허리 디스크로 인해 치료와 걷기를 하며 건강상태를 되돌리려 비가 와도 우산을 들고나가 걷고는 했다. 덕분에 지금은 디스크를 수술 없이 완치를 했고 지금도 유지를 하고 있다.

걷기는 좋은 보약, 비타민 등 각종 영양제를 먹는 것보다 더 좋은 보약이다. 건강을 되찾아 주고 더 튼튼하게 만들고 유지하게 하는 최고의 운동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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