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을 걷다가 문득 "내가 이 길로 출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된 거지?" 생각이 들었다. 1년이 된건가?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언제나 시간은 지나고 나면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순간의 시간은 더딘 듯 답답하게 흘러 가지만 지난 시간은 언제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정확하게 오늘이 1년 하고도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내가 오랜 시간 적을 두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고 이제 조금 안정된 시점이기도 한 것 같다. 물론 그 안정감은 오래가지 못하지만...
서울 본사로의 출근은 지방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본사의 근무환경은 지방 사업장이나 고객사에 근무환경이 훨씬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출퇴근, 식사, 복리 후생, 시설 이용 등에 있어 본사 근무환경을 따라갈 수 없다. 본사로 출근을 하지 않는 나 이기는 하지만 본사에 내 자리는 있다. 1년전쯤 이 부서로 오면서 생겼지만 난 한 번도 그 자리에 앉아 본 적 없다. 지금쯤 먼지가 가득 쌓여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는 난 고객사에 파견근무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출근하고 있는 고객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근무 환경이 좋기 때문인데 1년을 근무해보니 이해가 간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출퇴근 시간과 근무지로의 접근은 이전 근무지보다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늘 지치게 만든다. 어쩌면 배부른 소리 일지도 모르겠으나 하루 2~3 시간의 통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올해 여름이 지난여름보다 더 더워서 지치는지도 모르겠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 보니 버스 안에서 뭐라도 하려고 많은 시도를 했지만 항상 졸음과의 싸움에서 지고는 한다. 버스에서 책을 꺼내어 들거나, 가끔은 스마트폰으로 브런치의 글을 쓰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기도 하지만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고 무언가 한다는 것조차 어렵다. 가장 최대의 적은 졸음이지만...
출근길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세상은 늘 새롭다. 맑은 날, 비 오는 날, 구름 가득한 날, 날씨에 따라 매일 다른 풍경화가 그려지곤 한다. 비가 오고 맑게 게인 하늘에 무지개를 보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엔 커튼을 쳐 버릴 수밖에 없다. 특히나 요즘같이 맑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너무 뜨겁고 눈 부시다.
출퇴근 걷고 기다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가끔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스마트 폰을 꺼내어 들어 시진을 찍어 보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다. 사진기 항상 가지고 다니지 못하다 보니 찍고 싶은 순간에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사진기로 정말 유용하다.
1년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출퇴근이 고되기도 하지만 그 길 위에 혼자는 아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주민, 같은 출퇴근 길을 걷는 사람들, 어딘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매일 만나는 버스 기사님, 도심 속 가끔 만날 수 있는 자연 그리고 평소에 보지 못하던 다채로운 풍경들과 함께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