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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Oct 12. 2022

이른 가을 석촌 호수 풍경

초록과 노랑의 조화

오늘따라 사람들이 서둘러서 점심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이른 점심을 먹고 빵빵해진 배를 가라앉히기 위해 석촌 호수 산책로를 부서원들과 걸었다. 며칠 전에 바람이 빠진 것인지? 터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호수 위에 프라이로 띄워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빵빵하게 불어넣은 공기로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다.

지나는 사람들마다 거대한 오리와 사진을 찍으려 스마트폰을 꺼내어 카메라 앱을 열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분주하다. 석촌 호수에 오리가 산다는 것은 들었는데 실물을 영접한 건 처음이라 감개무량하다.


이 거대한 오리 한 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게 뭐라고 너도 나도 사진을 찍어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사진에 담긴 호수 빛은 실제로 보는 것보다 더 녹색이 많아 녹조가 낀 것 같아 보이지만, 호수의 녹색 빛과 대조를 이루는 오리가 입은 노란색의 옷 빛이 더욱더 빛 난다. 석촌 호수의 녹색 빛깔 카펫은 러버 덕 존재감을 드높혀 주고 있는 듯하다. 그에 보답하듯 러버 덕은 호수 주변 나무들도 함께 물들여 가며 가을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호수 위 떠 있는 오리를 등지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따뜻한 햇볕을 만끽하기에 너무도 좋은 카페테라스가 보인다. 회사에 돌아가 하던 일을 던져 버리고 퇴근을 해서 따스한 햇볕 아래 맥주 한잔 여유와 자유를 누리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웬걸 사람은 다 같은 마음인 가보다. 부서원들 모두 그 상상이 실현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눈치다. 하지만 우리에게 오늘 해야 할일이 너무도 많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수를 빠져나와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내내 날씨가 좋은 탓인지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보이는 풍경을 담아내느라 열을 올리고 있다. 하긴 서울에 이런 날씨가 흔한 날씨는 아니기에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새벽에 집을 나설 때 영상 6도쯤 되던 날씨가 이렇게 따뜻해질 수가 있을까? 이런 변덕쟁이 같은 날씨 덕분에 옷을 어떻게 입고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 아침에 나온 복장 그대로 석촌 호수를 돌아 나오니 어느덧 체온이 급상승하여 겉 옷을 벗게 만들었다.


휴가를 내고 뛰쳐나오고 싶은 좋은 날씨, 호수를 뒤돌아서 사무실을 향하면서도 눈에 선한 볕이 따뜻한 카페테라스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셀러리맨의 비애, 오후에도 일은 해야 했다. 박차고 나올 수가 없었다. 아니 사무실에 들어가는 동시에 시작된 회의는 그런 생각들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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