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옳고 그를 수 없다.

급하게 먹은 마음 때문이다.

by 노연석

나의 새벽은 타이트하다.


5시 반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기 위한 루틴은 언제나 기계와 같이 동작을 한다.

이 루틴에 변수가 등장을 하면 분주해지고 바빠질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이상 기다리거나 다른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더 긴 아침 여행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루틴에 다른 것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신경을 쓰지만 내부의 변수는 통제 가능 하지만 외부 변수는 통제할 수없어 난감할 때가 있다.


오늘도 루틴대로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데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20층에 살고 있는 나에게 엘리베이터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여기서 소모되는 시간이 적지 않아 낭패일 때가 있다.


정말 나의 새벽 시간은 타이트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데 이 시간에 16층에서 문이 열리고

물건을 던지는 소리가 난다. 아뿔싸, 쿠팡 맨이다. 18층도 선다. 20층을 통과해서 22층에 멈췄다. 그리고 다시 20층에 오기까지 몇 분이 지나 버렸다.


1층에서 내리지 마자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생각을 했다 오늘의 변수에 대한 원망을 누구에게 해야 하는가? 쿠팡 맨을 원망해야 하는가? 아니면 물건을 주문한 주민들을 원망해야 하는가?

평소에 이 시간에 쿠팡 맨을 만난 적이 없는데 어찌 된 일일까? 내일부터 매일 만나야 하는 상황인가? 그렇다면 내일 쿠팡 맨을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새벽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혹시 항상 이 시간에 배달하세요? 사실은 제가 이 시간에 출근을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늦어지면 서울 출근 시간이 두 배가 돼서요. 광역 직통버스가 1시간 뒤에나 있어서... 그렇다면 제가 시간을 좀 바꿔 볼게요?"


오늘만 배달 시간이 그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해 볼 수는 있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 그 쿠팡 맨도 어쩌면 마음먹고 그 시간으로 변경했거나 다른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내가 손해 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쩌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 하지 않음에서 서로 간에 불신이 생기고 좋지 않은 상황에 도달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그분이 오늘 우리 집에 들르지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배달을 해 주고 있는 고마운 분 일 수도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이런 사소한 일로 불편한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한편으로는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이 든다. 배달하시는 분들 모두 엄청 고생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늘 당연하다는 마음이었다. 배달비가 비싸다고 투덜거리기만 했다. 그분들이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배달을 할 뿐인데 말이다.


다행히 열심히 달린 덕분에 버스를 오히려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덕분에 운동도 되었다. 달리는 동안 매일 아침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달아오른 열기를 싸늘한 버스 의자가 식혀 주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새벽의 그 상황만 놓고 짜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면 나는 하루 짜증 가득한 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조금 생각을 바꾸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나의 하루는 짜증 나는 일들이 많았음에도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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