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30대의 나,
나는 그때도 나를 잘 몰랐다.
그때도 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았었는지? 어쩔 수 없이 일을 했던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하는 프로그래밍이 가끔 재미있었던 적이 있었기는 하다. 그때는 나름 그 생활에 빠져 살았었고 나름의 만족을 살기는 했으나 문득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세상이 이리도 넓고 할 일들이 널려 있는데, 나는 왜 이 소스코드 몇 줄과 씨름을 하고 있는가?” 하지만 나는 이내 현실로 돌아와 내 삶과 타협을 하곤 했다. 나는 개발자였다.
"풀리지 않는 문제, 소스 코드 몇 줄에 내 젊은 날들을 소비하고 있을까?"라고 또다시 반복적인 생각을 한다. "난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전에도 했던 생각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지만 돌아보면 다시 제자리다. 나는 개발자였다.
이렇게 반복되는 생각으로 잠시라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들기는 했다. 그러나 기회를 나는 항상 변화를 하지 않는 쪽에 한 표를 던졌다. 그 갈등의 반복 속에서 나는 개발자로 성장했다.
나는 웬만해서 고객과의 회의에서 협상에서 밀려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프로세스도 시스템에 대해서도 고객보다 항상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고 리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일이 좀 재미있고 보람되기는 했던 것 같다. 마치 5~7세 아이들이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것처럼 나도 무서울 정도로 업무에 지식과 경험을 빠르고 무섭게 습득하고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때는 개발자로 난 나름 잘 나갔다. 어쩌면 내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40대의 나,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왜 아직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제 더 이상 프로그램은 개발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개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설계를 하여 개발자에게 개발을 하도록 전달하는 아키텍처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조차도 자주 하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지금은 어떤 것이 메인 업무인지 나의 주특기가 뭔지 모르게 들이닥치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마치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계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또다시 "이런 사소한 일들에 목숨을 걸고 있는 거니?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개발자 시절 고민했던 것이 반복되고 있다. 내가 하는 업무의 다양성, 가지 수를 놓고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나를 보면 "왜 그러고 살고 있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니 다들 그렇게 살고 있나?
오늘도 나는 밀쳐내야 할 일들, 못하겠다고 해야 할 일들 모두를 떠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정말, 왜 이러는 걸까? 왜 삶이 반복되는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나의 운명이고 내 삶의 패턴이라 그냥 순리대로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 어찌 보면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를 해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이 쉽게 변하지는 않나 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좀 답답하지만 나 자신과 타협을 하고 또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고 있겠지.
:: #1.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 #1. 나, 나의 길로 가지 못했다.
:: #1. 나, 나를 모르고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