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아니고 90년대 신입사원

#1 나, 나를 모르고 살아왔다.

by 노연석

::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나 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겠지만 아마도 대부분 자기 자신을 자기가 가장 많이 모를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바라볼 수 없고 나를 바라보는 것은 내 주변에 있는 가족, 회사 동료, 학교 동창 등 주변 사람들이며 더 많은 시간 나를 바라보기 때문에 외모를 비롯하여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 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와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일치할 수 있지만 100% 일치할 수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신세대로 태어나서 일수도 있지만 기존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살아왔음에 틀림이 없다. 같은 세기를 살고 같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다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신세대는 기존 386세대와 그 이전 세대가 이루어 놓은 터전에서 우리 세대, 엑스세대, 요즘 Y세대라 불리우는 밀레니얼 세대까지돕 386세대가 가꾸어 놓은 바탕에 조금은 수월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1991년 7월 어느 날 내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는 취업준비로 한창 바쁠 때이고 누구보다 담임선생님들은 가장 힘든 시기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본다.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이었다면 얼마 남지 않은 대입 고시 준비에 여념이 없고 대학 진학을 위한 학생과 선생님들의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나는 대학이라는 문을 그때는 두드릴 수가 없는 형편이어서 먹고살기 위한 길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나는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지만 실업고등학교 조차도 간신히 입학을 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지질히 도 공부를 하지 않은 덕에 항상 나는 중하위 권을 맴돌았고 실업계 고등학교 조차 원서를 내 밀수 없을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여 기초 기술들을 배우고 우연한 기회에 기능 경진대회도 나가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나름 열심히 보내고 난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나는 운 좋게 대기업에 원서를 쓸 수 있었고 행운이 더해져 합격이 되었고 나는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을 대기업에서 보내고 있다.


대기업 원서를 쓸 기회가 생겼을때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면서 나는 대기업에 가지 않겠다라고 말씀 드리고 엄청 꾸중을 들었다. 다른 사람을 가질 수 없는 기회를 너는 왜 버리려하냐고 한바탕 욕을 먹고나서 어쩔 수 없이 원서를 넣었던 기억난다.

"혹시 내가 그때 창업을 꿈을 가지고 있었나?" 만약 대기업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고등학교때는 그래도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해서 그래도 나름 가끔 상위권에 있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더 이야기 할 예정이지만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내 절친으로부터 자극을 받은 덕분이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날 잘 모르고 살아왔는데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얼마 전부터 난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내 기준에서 잘못 살아온 것이지 내 주변 어른들이나 부모님들은 내가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는 것에 매우 기뻐하셨을 거다. 내색은 하시지 않으셨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태어났다면 요즘 흔히들 갖추고 있는 스펙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대기업은 꿈도 꾸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전 세대보다 좀 더 쉬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지금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나를 포함한 다른 누구도 그 생이 아주 편하고 쉬운 삶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본인이 느끼기에는 말이다.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그 생활이 녹녹지는 않았다. 나는 우연찮게 대기업에 입사를 하여 연구소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내가 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것들은 기초가 되기는 했지만 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학교 때는 직업 손으로 설계하고, 가공하면서 만들었는데 역시 대기업에서는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방과 후 전산부 활동을 했기 때문에 컴퓨터라는 것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때 배웠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회사나 신입사원이든 경력사원이든 입사 또는 전배라는 것을 오게 되면 OJT라는 것을 실행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도 예외 없이 OJT를 3개월간이나 받아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길게 했었는지 모르겠으나 그 기간 동안 우리는 그시대 기술의 방향이던 Computer & Communication의 약자를 딴 C&C 를 많이 배웠다. 하지만 이 C&C 그 C&C가 아니 였다는 것이 함정이다. 짐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Coffee & Copy이다. 연구소이다 보니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한 교육도 해 줬지만 우리는 C&C를 정말로 수습기간 3개월 동안 하고 부서에 배치되어서도 한 1년은 그런 일들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선배들과 친해지고 나름 나의 업무가 생기다 보니 그런 잔 심부름 같은 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었다. 하지만 집을 떠나와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과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모든 것들이 낯설고 힘들었다.

"그때 동기들이 없었더라면 버틸 수 있었을까?"


대기업의 연구소에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을까? 90년대 초반이지만 내가 있는 곳은 여기저기 발로 차이는 분들이 석, 박사분들이고 소위 외국물을 드시고 오신 분들도 많았었고 학사 조차 얼마 되지 않는 환경에 고졸 사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신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때는 고졸 사원을 많이도 뽑아 주었었는데 지금은 좀 더 어려운 환경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어찌 보면 행운아가 아닌가 싶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나를 비롯한 나의 고졸 동기들은 많은 고민과 시련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남자 동기들은 2년 정도 회사를 다니다 군대를 갔지만 여자 동기들은 우리가 군에 있는 동안 야간 대학을 다니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빠진 사람들 없이, 그러다 보니 우리가 다시 군으로부터 돌아와 복직을 하고 난 후에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휩싸여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고 느지막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군대는 갔다 왔어도 아직 나이 어리고 대학도 나오지 못한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건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뭔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때 우리가, 내가 뭐 특별한 기술이라는 것을 가질 수가 없는 때라 나도 동기들도 대학을 나오면 무언가 달라질 거라는 착각에 빠졌던 것 같다.

4년, 아니 수능 공부까지 하면 5년 정도를 주경야독을 하며 생활을 했고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자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 일 것 같다. 야간대학을 다니다 보니 주간 수업만으로는 학점을 다 채울 수 없었는 시스템이어서 4년 동안은 토요일에도 학교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학의 공부, 난 입학 후 전공수업을 들으며 내가 참 한심했다.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내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전자공학을 배우며 기능 경진대회 반에서 활동을 한 덕분에 친구들보다는 많은 시간 기술을 배우고 그때는 그 위치 때문에 공부를 조금 더 해서 그래도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 매일 사용하던 측정 장비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는 상황이 왔고 이상하게도 이해도 되지 않았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너의 길이 아닌데 또 거기에 뛰어든 거였니?"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4년, 왜 거기에 그렇게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냥 지금 다 지나고 나서 드는 생각이지만, 결국 나의 졸업장은 나의 지금의 회사에 고졸에서 학사로 학력을 바꿀 수는 있었지만 학사라는 대우는 따라오지 않았고 회사는 이를 이용해 기술등급만 올려 외부로부터 돈을 더 받는데 이용하는데 보태준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라도 있어서 내가 아직 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지금까지 한 직장에서 해오고 있어 내년이면 30년 근속을 하게 되고 근속상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마냥 자랑스럽지는 않다. 요즘 세상에 30년 동안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흔치 않겠지만 30년이나 한 회사에 근무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얼마 전에 퇴사하신 선배가 35년 근무 후 퇴직을 하셨는데 그분도 나와 같은 부류인가? 사과나무 밭을 사셔서 농사 짖겠다고 내려가셨는데 지난 송년회때 동영상을 찍어 보냈는데 벌써 시골 아저씨가 다 되었지만 그 얼굴 표정에는 나는 "행복해"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나이가 40이 넘어가면서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라는 고민을 많이 하며 살아왔는데 먼저 뛰쳐나간 동료나 선배들을 가끔 만날 때 바깥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고, 그렇게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생각을 해 보지만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다.


몇개월전에 회사 CEO가 된 친구가 있다. 정말 밑바닥부터(전산쟁이 OP-서버 모니터링 및 관리를 하는 가장 낮은 등급의 업무를 하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 일하며 열심히 살던 친구가 글로벌 기업의 이사가 되기까지 힘겹게 살았는데 그 좋은 자리 두고 나가서 회사를 차리고 1년을 보내고 난 후 저에게 하는 이야기는 "너는 절대 나오지 마라, 회사 생활이 힘들겠지만 밖은 전쟁터다"라고 하며 나는 나간다는 이야기도 안했는데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든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들처럼 결혼하고 아이 둘을 키우며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올해는 고3 수험생 감투도 썼다. 많은 것을을 해오고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왜 한 길 만으로 걸어왔을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잘못된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차도 돌아보지 않고 지금에 이른 것에 후회가 되는 날이 많지만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다시 시작하려 하지만 사실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이 없던 그 어린시절 신입사원때보다 더 어렵다.


나를 찾아서......



코로나19로 고생하시는 분들 모두 수고 많으시고 감사드리며 화이팅 하시고 몸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사진>2013년 6월 친구들과의 모임 후 돌아오는 길, 강원도 평창군



:: #1. 나는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 #1. 나, 나의 길로 가지 못했다.
:: #1. 나, 나를 모르고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