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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

by 노연석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아침, 집 밖에는 아직 녹지 않은 겨울의 흔적이 체감온도를 더 낮추고 있다.


집을 나서 횡단보도에서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서 가게 문을 열러 나가는 주민이 보인다. 얼핏 그도 나를 돌아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버린다.


몇 해 전 마음 편치 못하게 아파트 내 모임을 떠난 적이 있는데 그 무렵 신입 회원으로 들오셨던 분이다.


나는 애써 모른 채 뒤쪽에 서서 신호등의 불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신호등이 바뀐 뒤에도 같은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분도 나를 알아보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발걸음이 조금 빨라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지금 느끼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늘 걷던 코스를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서 이 낯선 불편함에서 벗어났다.


사실 그 분과는 아무런 일도 관련도 없었었지만 나는 그 시간 그 모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서 등을 돌린 터라 누구라도 다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 같던 일들이,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낯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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