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에 우산을 챙겨 나왔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비는 그냥 맞아도 될 정도다.
하지만 우산을 펼쳤다.
우산 위로 툭툭 내려앉은 빗방울의 소리는
매일 헤드폰으로 듣고 다니는 음악소리보다 정겹다.
봄이 오고 있구나.
이 겨울,
어느 해보다 춥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추위에 노출되어야 했다.
원망도 많이 했다.
왜 이 추운 겨울에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나에게 봄날은 올까?
새로운 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일은
어떤 도구로도 파내지 못할 만큼 단단히 얼어 있었다.
어디부터 어떻게 녹여 나가야 할지 몰라 망연 자실 하기도 했다.
이제 겨울을 지나 봄으로 가는 이 시점에
얼어붙은 땅을 조금씩 조금씩 녹여 제법 많이 파냈다.
그러나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추위만큼이나
이 일의 끝도 보이지가 않는다.
기다리면 봄이 오듯이
기다리면 이 겨울의 끝이 보이려나
지금 내가 어디에 있던지
이제 그만, 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