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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May 02. 2023

이 흔들림이 기분 좋은 이유

빛으로 내 마음을 그리다.

장 노출에 흔들림이 있으면 온 세상을 다 휘져어 놓은 것 마냥 어지러운 결과물을 얻는다.

이 사진을 찍으며 수전증 같은 움직임이 생겨서 이런 결과물을 얻은 것은 아니다.


몇십 년 만에 30분 정도 달리기를 했다.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5월은 좀 달려 보기로 했다.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아보자는 목적이 생겨서이기도 하다.


얼마 전 건강 검진에서 평생의 결과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었다.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해서 충격은 크지 않았다.


회사에서 이메일 한통이 배달되었다.

정부로부터의 가이드에 따라 유소견자로 근무시간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이메일이다.


살면서 내가 이런 이메일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지난겨울을 넘어 봄이 오기까지 스스로를 너무 관리하지 않은 탓이기는 하다.

검진의 결과보다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는 것에 살짝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달리기를 택했다.

걷는 것은 매일 1만 보 이상 걷고 있지만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100m도 채 가지 못했는데 왼쪽 무릎에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무시하고 달리고 또 달렸다.

멈춰 서면 달리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통증은 참을만했다.

30분을 달리다 멈춰 서니 기분이 마치 이 사진과 같이 흔들리고 혼돈스러웠었다.


카메라를 켜고 장 노출 모드가 된 상태로 몇 걸음을 걸었다.

생각했던 대로 지금의 나의 상태와 딱 맞는 어지러운 사진을 만났다.


의도적인 이 흔들림은 기분 좋은 결과물이 되어준다.

왜냐하면 그 시점의 흔들리는 내 두 다리는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 내디딘 첫발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아주 천천히 뛰었지만 4km 정도 쉬지 않고 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10분도 뛰지 못할 것 같았은데 의외의 선전이었다.


5년 전쯤으로 돌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질병이 없던 상태로 조금 더 빨리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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