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오필리아노 May 05. 2023

밤이면 켜지는 달

달빛 속을 달리다.

눈여겨보면 이곳저곳에 사람들이 각자의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농구 코트에서 열심히 농구를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밴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밤이 되면 어둠을 밝히는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고 사람들이 일상을 더 연장해 갈 수 있게 해 준다.

나도 그곳에서 나의 하루를 마감하기 위한 마지막 활동을 하고 있다.


5월이 시작된 후로 두 번째 하는 달리기

사실 무엇을 하든 간에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해서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엊그제는 다른 약속이 있어 하루를 건너뛰게 되었다.

언제나 모든 일에는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변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물론 첫날 좀 무리를 한탓에 어쩌면 어제는 달리기를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루 지나고 나니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 다시 회복이 되었지만 통증이 조금 남아 있어 더 쉬고 괜찮아지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내 안의 갈등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나약함은 하루가 이틀이 되고 결국에는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하고 내가 왜 달리기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나를 밖으로 내몰았다.


빗방울이 떨어졌다.

한 번 더 내 안의 자아들이 갈등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빗방울은 한 방울 두 방울...

그리 많지 않은 양이기에 내 안에 있는 검은 삼지창을 들고 있는 악마의 꼬임을 물리치고 나간다.

가다가 비가 많이 오면 되돌아오더라도...


공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다.

원래 운동하려던 공원으로 갔다가 비가 많이 오면 낭패를 볼 것 같아 비가 오더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파트 근처에 작은 공원으로 이동을 했다.


그곳엔 달들이 여기저기 내려앉자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달들은 어두운 산책로를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 주었고 무엇보다 이 아담한 공원을 빛나게 해 주고 있었다.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었겠지만 산책을 하던 사람들 중에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아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하러 나오신 아주머니도 보이고, 농구코트에서 열심히 농구를 하는 아이들도 보이며,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발길을 옮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서 여유가 묻어 나온다.

사람들의 각자의 목적으로 그곳에서 자신의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달리기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을까? 무릎에 통증이 조금씩 더해져 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멈춰야 했다.

더 무리를 했다가는 운동을 계속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천천히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이번 달의 목표는 달리기를 습관으로 만들어 하루라도 달리고 싶은 중독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습관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실행이다.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들과 훌륭한 계획을 가득 가지고 있더라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살을 뺄 수도 없고, 건강해질 수도 없고, 원하는 만큼의 부자가 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닫는 시점은 그것을 잃어버리고 난 후다. 지금 내가 갑자기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조건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과제이다.


그나마 지금은 뭐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에 감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으로의 회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