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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May 31. 2023

시즌

자신만의 루틴 만들기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 골퍼들에게 최고의 시즌이 열렸다.

어디를 가도 녹색 빛으로 물들어 있는 구장에서의 라운드는 밤 잠을 설치게 할 만큼 기다림과 설렘의 대상이다.


어떤 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 기뻐하며 한 단계 레벨 업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골프이다.


프로들도 성적이 들쭉 날쭉인데 아마추어들이야 말하면 입만 아프다. 그래도 시련을 겪고 오게 되면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연습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습장에서 조차 필드에서와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어떤 날은 잘 맞고 어떤 날은 잘 맞던 날만큼 되지 않을뿐더러 어떻게 쳤었는지 몸이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시도를 하고 그게 익숙해지면 잘 맞는 듯하지만 되돌이표와 같은 반복에 반복을 이어가며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투자한 돈만큼 노력만큼 잘 되지 않는 것이 골프다.

14년 차 골퍼인 나는 도대체 이놈의 골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을 하다 뒷걸음 질을 치기도 한다.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좀 들더라도 레슨을 받는 것이 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돈이 아까워서 라운드를 한번 더 가고 말지 무슨 레슨씩이나 받나라는 생각이 앞선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연습장을 찾는 골퍼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작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다. 연습장을 가면 30~40분을 기다렸던 작년과 다르게 여유가 많아져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장 이용료나 그린피는 여전히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그 꼴을 보고 있자면 골프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지만 유일한 낙을 멀리 떠나보내기도 쉽지는 않다. 적당히 과하지 않게 조절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브런치에 조금 소홀한 이유는 이 시즌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골프 때문이다. 그 간의 노력이 아까워 뭐라도 해 보려고 책 읽고 글 쓰는 시간들을 뒤로 미뤄 두었다. 1년에 한 번뿐인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위해 모든 것 들을 미뤄 두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고 그때도 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필기는 턱걸이로 통과를 하고 실기와 구술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연습장을 거의 매일 가고 있다. 예전에는 공만 열심히 쳤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았었다.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하기도 하고 잘 맞는 날의 기억을 되살려 발전시켜 보려는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나긴 시간 동안 익숙해진 나의 잘못된 스윙은 고착되어 벗어나는 시도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물론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어떤 프로들은 폼이 좀 이쁘지 않아도 공을 잘 맞출 수 있는 자신만의 자세가 있다면 굳이 교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나만의 무언가가 없다. 귀는 얇아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에 휘둘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었다. 그래서 스코어가 늘 그 모양이다.


내일이면 지금 이 생각이 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또 다른 스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마추어다. 어쩔 수 없지만 늘 잘 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문제는 일관성이다. 골프는 멘털 운동기기도 하다. 심리적 압박이 어떤 스포츠보다 더 많이 작용을 한다. 평정심을 가지고 라운드를 하며 자신만의 스윙을 하다가도 실수를 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 홀을 망쳐 버린 후, 그 상황은 잊고 현재의 게임에 집중해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골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픈 기억은 남은 홀을 따라다니며 스윙을 빠르게 만들고 뒤땅, 탑핑등의 스윙을 만들어 낸다.


일정기간 골프를 한 골퍼라면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지속적인 마인드 훈련과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 루틴으로 인해 외압에 흔들리지 않으며 목적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루틴을 만들어 잘 실천함에도 결과가 잘 따라 주지 않을 수 있다. 골프라는 운동이 광활한 필드 안에서 늘 새로운 상황과 마주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잘 해낼 수는 없다. 다만 알려진 상황에서 탈출가능한 예방은 연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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